‘정상’ 아닌 은행들, 눈치만 본다… 이자도 못갚는 대우조선 여신 ‘정상’ 분류 유지

입력 2016-05-22 17:59 수정 2016-05-22 18:41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 비용을 대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넘지 못한 기업이다. 대우조선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은 ‘BB+’로 투자 부적격 등급이다. 누가 봐도 금융 사이렌이 울려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대부분 시중은행은 대우조선의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에 대한 눈치 보기와 관치금융의 합작품으로, 이런 식으로 기업을 연명할 경우 은행권의 국제신용도 추락 등 더 큰 부실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농협에 1조5000억원, KEB하나은행 8000억원, KB국민은행 7000억원, 우리은행 4800억원, 신한은행 2800억원 정도를 빌리고 있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의 신용 상태를 정상보다 한 단계 낮은 ‘요주의’로 내린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정상’으로 분류 중이다.

누가 봐도 비정상인 ‘정상’ 분류는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 탓이다. 은행의 기업여신 분류는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의 5단계를 거친다. 대우조선처럼 ‘요주의’가 된다면 대출해준 금액의 7∼19%를 손실에 대비해 충당해 놓는 금액인 충당금으로 준비하고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은행 경영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당장 10%만 충당금으로 쌓는다고 해도 농협 1500억원, 하나은행 800억원, 우리은행 48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은행들은 충당금보다 눈치 보기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으려면 쌓을 수도 있고, 2분기 경상이익으로 상쇄할 수도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먼저 요주의로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 역시 정부와 국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은은 3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에 12조7000억원, 산은은 6조3000억원을 대출해준 상황이다.

대우조선을 포함해 조선업계가 이날까지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총 6조원 규모의 긴축 경영 방안이 담겼다. 대우조선이 1·2차 자구안을 합쳐 총 2조5000억원 규모이며, 현대중공업이 2조원,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방안이다. 대우조선은 중국 선박블록 공장의 매각은 물론 방위산업 부문까지 자회사로 전환시켜 상장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까지 집어넣었다. 이들 기업은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의 매각, 전 직급을 대상으로 한 추가 감원, 인건비 삭감과 시설 투자 축소를 포함시켰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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