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호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 “기독청년 ‘지갑 속 영적 전쟁’ 승리 돕습니다”

입력 2016-05-22 20:23
설성호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 전호광 인턴기자
설 이사(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에서 청춘희년운동본부와 사역박람회를 진행하는 모습.
“돈을 주고받는 일에는 한 사람의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돈의 용처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가정환경과 경제 형편, 심리 상태 등 삶의 궤적이 나오거든요.”

청년채무자의 재정문제를 상담해주는 설성호(39)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청지트·대표 한영섭) 이사는 “소비 패턴을 보면 사람의 삶이 보인다. 개인 영성과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단언했다. 설 이사는 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 출신으로 현재 서울 서초구 생명의빛광성교회 전도사다.

그는 “10여년간 청년사역을 하면서 돈 때문에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청년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무리 제자훈련을 많이 받아도 돈에 대해 훈련받은 적이 없으니 세속적 가치관의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말씀과 삶이 조화된 삶을 살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지갑 속 영적 전쟁=설 이사도 빚 때문에 경제적·신앙적·심리적으로 위축됐던 적이 있었다. 중소기업 경영자인 부친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같이 살던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넉넉했던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적은 사례비로 가족을 부양하고 생활을 꾸려보려 했지만 매달 1000만원씩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긴 어려웠다. 사역자로 살았지만 정작 그의 마음엔 평안을 찾기 힘들 정도로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렸다. 설 이사가 청년들의 돈 씀씀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현대인의 소비생활이 신앙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밀접한 부분입니다. 영적 전쟁이 치열한 곳이지요.”

설 이사는 지난해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을 졸업하면서 한영섭 대표 등과 청지트를 창립했다. 1년여간 재무상담가로 활동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그가 만난 청년 채무자들은 학자금 대출 등 생활 채무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처럼 부모의 부채나 가족의 병원비 때문에 빚의 노예가 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신용카드를 쓰거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 받아 빚을 갚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빚의 늪’에 빠져든 청년들의 경우 자존감이 낮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청지트를 찾은 청년들은 보통 2000만∼3000만원의 빚을 진 이들로, 빚지는 상황이 반복돼 미래를 꿈꿀 수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들에게 ‘돈 때문에 삶의 그림을 축소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면 적은 금액으로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죠.”

◇빚 때문에 꿈 포기하지 마라= 그가 올바른 소비습관을 위해 가장 먼저 조언하는 것은 꿈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간추린 뒤 계획된 소비와 저축을 하면 빚 상환과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유럽여행이 꿈이라면 상환기간을 늘려 저축 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마련하라는 식이다.

설 이사는 그리스도인 청년이라면 특히 말씀에 우선순위를 둔 소비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에서는 ‘돈과 하나님을 겸해 섬길 수 없다’고 하는데 소비습관을 보면 누가 자신의 주인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정 관련 구절이 2000여개에 달할 만큼 성경에는 돈에 대한 가르침이 가득하다”며 “교회가 돈을 터부시 않고 제대로 다룰 때 말씀대로 사는 제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설 이사는 향후 성경 속 희년정신을 자본주의에 적용해 대안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독생활경제교육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교회마다 한 명씩 기독재무 상담사를 양성하는 게 꿈이다.

“교회에서 건강한 재무정보를 제공하고 성경적으로 돈을 어떻게 다룰지 가르친다면 빚으로 신음하는 청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전국 교회에서 희년정신을 공유하는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