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성향 잠룡들 대거 불참… 친노 진영과 거리두기?

입력 2016-05-22 18:53 수정 2016-05-22 21:32

야권 인사들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개최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공식 추도식에 대거 참석하기로 했지만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르다. 친노는 더불어민주당 최대 계파이자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 공신들이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패권주의자’ 혹은 ‘청산 대상’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중도 성향의 대권 주자들이 친노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수와 진보’ ‘친노와 ‘비노(비노무현)’ 사이의 갈등이 단적으로 표출됐던 지난해 추도식의 모습이 되풀이된다면 친노의 정치적 지형이 더 협소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는 ‘친노’ 대권 주자만, 국민의당 안철수는 참석=더민주는 추도식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전원 참석한다. 20대 총선 당선자들에게도 ‘필참’ 공지를 내렸다. 국민의당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선자 대다수가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권 ‘잠룡’들 일부는 추도식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노무현재단 이사 자격으로 참석하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친노 대권 주자와 안 대표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김부겸 당선인 등은 추도식에 불참한다.

손 전 고문은 22일 일본 게이오대 강연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무현 정신을 적극 받아들여야 됩니다만 제가 거기(봉하마을) 갈 형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1일 미리 참배했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고 박 시장도 ‘서울시정’을 이유로 불참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중도 성향의 야권 주자들이 친노 주류 진영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정치적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한 야권 인사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등 친노 지지층의 후보는 이미 정해져 있다”며 “다른 후보들은 독자적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수권 세력’이냐 ‘청산 대상’이냐, 친노에 대한 엇갈린 시각=친노 진영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유력한 ‘수권 세력’ 혹은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청산 대상’이다.

더민주 김 대표는 당내 계파를 청산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했지만 총선 이후 친노 세력은 더 강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PK(부산·경남) 친노 인사들이 대거 원내로 진입했고 무소속 이해찬 의원도 생환했다. 총선 과정에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문 전 대표 대신 ‘불펜투수’ 안 지사도 대권의 불을 지피고 있다. “친노를 배제하고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김 당선인과 손 전 고문 등 중도 성향의 인사들이 선두에 서야 한다는 당내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야권의 한 축으로 성장한 국민의당은 친노 패권주의 척결을 주장하며 탈당한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표와 친노로는 정권교체가 안 된다는 게 이미 드러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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