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수장 만수르, 美 공습으로 사망

입력 2016-05-22 18:26 수정 2016-05-22 21:36
아프가니스탄 북부 파르완주 바그람 공군기지 인근 한 도로에서 21일(현지시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탈레반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평화협상 거부자'로 알려진 탈레반 수장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가 이날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진전될지 주목된다. 신화뉴시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일대에서 활동해 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수장인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48)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CNN방송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로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만수르를 포함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2011년 미군에 의해 사살) 등 주요 테러조직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 인근인 아마드 왈 지역에서 만수르가 탄 차량을 공습했고 사망 여부를 최종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물라 압둘 라우프 탈레반 고위 사령관도 “만수르가 공습으로 숨졌다”고 확인했다. 만수르와 함께 또 다른 남성 조직원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AP통신에 “만수르가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드론 공격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극비 공격계획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68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태어난 만수르는 10대 시절부터 이슬람 저항운동에 뛰어들어 당시 아프간을 점령한 소련과 싸웠다. 90년대 탈레반 정부에서 항공부 장관을 지내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군에 축출된 후에는 칸다하르주에서 자살폭탄 공격 등에 관여했다. 2010년 탈레반 전임 수장인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의 지명으로 2인자에 올랐고 지난해 7월 오마르가 사망한 뒤 탈레반 수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오마르 일가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탈레반 내부에서 분열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기세가 약해졌던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사이에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만수르가 지도자 자리에 오른 후 교전이 오히려 격렬해졌고 평화회담은 연기됐다.

탈레반 1인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15년째 내전 중인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사이의 갈등이 종식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 정부는 그동안 평화협상에 참여하는 것을 비난해 왔던 만수르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장애물’이라고 비난해 왔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만수르의 죽음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거둔 중요한 승리”라면서 “아프간 정부와 파견된 군인들에게 매우 환영할 만한 뉴스”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