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선교사 피살, 해외선교지 안전주의보

입력 2016-05-22 21:09
고 심재석 선교사의 유족과 지인 등이 22일 필리핀 안타폴로시티 소재 ‘헤븐 오브 엔젤스’ 장례식장에서 드린 주일예배에서 심 선교사의 아내 안정윤 선교사가 남편의 사역을 회고하고 있다. 그는 “(남편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며 묵묵히 현지인들을 사랑했다. 필리핀 영혼들을 위해 항상 뜨겁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오른쪽이 심 선교사의 영정 사진. 필리핀감리교선교사회 제공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심재석(57) 선교사가 피살됐다. 최근 대북 선교활동을 하던 사역자들이 살해되는 등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2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필리핀감리교선교사회에 따르면 심 선교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오전 4시30분 쯤 새벽예배를 앞두고 2층 예배당에서 늘 하던 대로 기도하다가 교회 문을 열기 위해 아래층인 사택으로 내려갔다. 이때 숨어 있던 범인과 맞닥뜨렸고 퇴로를 확보하지 못한 범인이 주변에 있던 둔기로 가격해 쓰러졌다. 범인은 쓰러진 심 선교사에게 10㎏짜리 빈 가스통을 휘두른 후 도주했다. 심 선교사는 6시 30분 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선교사회는 전했다.

심 선교사는 2000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중부연회 인천동지방 지구촌선교교회 파송으로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동북부인 타이타이 지역에서 활동했다. 그는 지역교회인 ‘기도의 집(House of prayer)’을 설립, 현지인을 대상으로 빈민 구제와 교육 선교 활동을 펼쳐왔다.

심 선교사는 선교활동 중 암이 발병해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2008년 필리핀으로 복귀해 사역했다. 필리핀감리교선교사회 회장 김승환 선교사는 “심 선교사는 평소 덤으로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정말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유가족으로는 아내 안정윤(55) 선교사와 남매 하영(20)군, 하은(19)양을 두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직원과 현지 경찰, 김 선교사 등이 현장 검증을 마쳤으며, 시신은 안타폴로시티 소재 ‘헤븐 오브 엔젤스(Heaven of Angels)’ 장례식장으로 운구됐다. 장례식은 기감 선교국장으로 치르게 되며 21일 입관예배를 마쳤다. 발인예배는 23일 오전 10시다.

필리핀에서 한국 선교사가 피살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8월에는 조태환 선교사가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필리핀에는 1672명의 선교사가 활동 중이다.

한편 미래목회포럼(대표 이상대 목사)은 20일 ‘선교안전, 비상상황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선교지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성명은 “수만 명의 선교사들이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데 안전에는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선교사들의 신변이 보호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신상목 최기영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