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유커) 등에 힘입어 면세점 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사후면세점이 급증하고 있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구입한 물건의 부가가치세(10%)와 개별소비세(5∼20%)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매장을 말한다. 정부가 인가해 주는 호텔 등의 대형 사전면세점과 달리 지역 관할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해 주택가나 학교 인근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2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사후면세점은 지난해 5756개로 2014년(4288개)에 비해 1468개가 늘었다. 올해부터 ‘외국인 부가세 즉시 환급’제도가 시행돼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는 출국 전 공항에 마련된 창구에 영수증을 제시하고 세금을 돌려받았으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부터는 매장 내 전용 계산대에서 여권을 제시하면 바로 면세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환급방식이 바뀌었다.
사후면세점이 급증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고 지역 경제에는 거의 보탬이 되지 않는데다 주차난과 안전사고 위험, 환경오염 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초등학교 인근에도 사후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대문구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 지하1층·지상4층, 연면적 6189㎡ 규모의 판매시설을 지어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백화점식’ 사후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연희초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12월부터 서대문구청에서 지속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등 입점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학부모 김예균(48·여)씨는 “사후면세점이 들어서면 하루에도 200∼300대의 관광버스가 들락거려 등하굣길 아이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차량 배기가스로 대기오염도 심해질 게 뻔하다”며 “입점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사후면세점이 주변 도로의 교통 혼잡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사후면세점이 영업 중인 연희지하도 삼거리 부근 편도 2차로 도로 중 1개 차로는 관광버스들이 점령해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사후면세점 입점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사업자가 담당세무서에 지정신청을 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세무서장이 7일내 허가해 주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주택가나 학교 근처 등은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사후면세점의 입점을 제한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후면세점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정부에서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주택가까지 점령한 ‘사후면세점’… 민원 폭발
입력 2016-05-22 18:58 수정 2016-05-22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