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은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앞으로 삶의 각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사회 변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은 20일 교계 및 학계 인사들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인공지능 시대 목회자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좌담에는 박조준(세계지도력개발원 원장) 정성진(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 김동환(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 교수가 참여했으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가 사회를 맡았다.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말해 달라.
△김동환 교수=인공지능의 개념은 1950년대 중반에 등장했다. 20세기는 핵·생물·화학공학이 최신 기술로 불렸지만 21세기에는 로봇공학과 유전학, 나노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며 인공지능과의 결합도 나타나고 있다. 알파고도 그 중 하나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무한대로 발전할 것이라 본다. 인공지능에는 무인자동차나 게임과 같이 사람이 조절 가능한 일명 ‘약한 인공지능’과 예측이 불가능한 ‘강한 인공지능’이 있다.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기본은 머신러닝 즉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에 빅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학습을 한다.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현재의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시합 때보다 훨씬 더 똑똑해져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예술적 부분에선 인공지능이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문학작품이 출품됐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도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을 무한대로 봤는데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김 교수=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 인간 같은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후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2045년에는 인간의 지능을 수십억 배 능가할 것으로 봤다. 기술 발달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기조차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인간의 뇌와 기계지능이 융합하는 ‘인간·기계 문명’이 출현하며 30년 안에 인간의 지능과 구별이 안 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는 예측이 정설로 굳어가고 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인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신학이 해줄 수 있다. 예수로부터 구원 받아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럼 인간의 모습을 갖고 예술성 감성을 가진 인공지능이 목회자들에게 ‘나도 구원 받고 싶다. 세례를 해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과학은 질병과 노화를 극복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그들에게 유토피아는 육체적 영생이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영생과 다르다. 기독교의 영생은 육체가 죽어야 할 수 있다. 기독교 내에서 죽음과 구원에 대한 논의와 이에 대한 담론 형성이 필요하다.
-목회자들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올 때 어떤 자세로 사역에 임해야 하는가.
△박조준 목사=교회는 하나님께 속해 있지만 세상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세상의 격동은 반복된다. 교회는 변화하는 세상에 창조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적응을 못하면 교회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드론의 상용화, 줄기세포 치료 등 과거 상상 속에만 있던 일들이 현재는 다 이뤄졌다. 그렇다고 교회가 도태되지는 않았다. 사람들의 영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인공지능의 발달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정치, 문화 등 인간의 육에 속한 것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하겠지만 영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영혼의 문제는 하나님만이 주관하실 수 있다. 목회자들은 하나님과 전보다 더 높은 차원의 교감을 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로써 성도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영혼의 만족을 줘야 한다.
△정성진 목사=새로운 세상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4차 산업혁명은 각 분야의 기술 혁신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인공지능도 여기 속해 있다. 예를 들어 무인차의 경우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에 인공지능을 넣었다. 최근 아부다비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무인자동차를 타게 됐다.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10만개의 직업은 새로 생겨 이 기간 중 전체적으로 500만개의 직업이 순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경제·사회·기술적인 변화가 클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흔히 교회는 변화를 싫어하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로 꼽힌다. 교회는 새로운 변화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 변화 속에서 기술의 발전을 신봉하거나 또는 거기서 도태되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그들 중에는 하나님을 떠나는 신앙이탈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교회는 사람들이 영적 각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변화의 시대에 목회현장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지.
△정 목사=목회도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는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초대해 성도들이 4차산업혁명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지식이 폭발하는 이 시대에는 지식을 공유하며 평신도 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전문적 지식을 가진 성도들과 협력해 목회사역을 해나가야 한다. 또 문명이 길을 잃을 때 교회는 삶의 근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영성을 강화해 우리 속에 하나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 가운데서도 사랑·평화·공생·긍휼과 같은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박 목사=우리의 영혼은 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 받았지만 육신은 여전히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살려고 한다. 목회자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며 자신의 교회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그 예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로움은 우리의 영혼까지 세상의 가치에 빠지도록 유혹한다. 교회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교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목회자들은 무엇에 집중해 사역을 해야 할까.
△박 목사=사람이 하는 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이다. 자존감을 상실하고, 절망하며 목적을 잃어 삶을 포기하려 할까 염려된다. 교회는 그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교회에 지식을 쌓으러 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러 온다. 이런 때일수록 목회자들은 기도와 말씀 전하는 것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그 부분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인공지능이라도 사람의 영혼을 만들고 치유할 수 없다.
△정 목사=인공지능 시대도 결국은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사람이 기계에 뒤쳐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낙담하는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로인해 자폐와 우울증, 공황장애 등 부작용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이들에게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고 위로해야 한다. 영혼구원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목회자들이 할 일이다.
△김 교수=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에 존재하며 함께 가고 있다. 최근 해외 유명 로펌에서는 인공지능 변호사를 고용했다. 높은 지적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는 직책 중 하나인 변호사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시대다. 성도들 가운데 이처럼 일자리를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목회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시대에는 권위 있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성도들은 인공지능이 아닌 영적 권위가 있는, 인간 목회자에게 말씀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끊임없이 말씀을 묵상하며 깊이 있는 영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좌담] “급변하는 인공지능 시대, 기독교의 영적 역할 더 커질 것”
입력 2016-05-23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