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추도식, 갈등의 場이 돼선 안 된다

입력 2016-05-22 19:10 수정 2016-05-23 09:39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7년이 됐다. 경남 봉하마을에서 23일 7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봉하마을을 찾는 발길은 5월 들어서며 이미 크게 늘었다. 노무현재단이 특별 공개 중인 고인(故人)의 사저에는 마지막 글을 남긴 컴퓨터와 외출 때 썼던 밀짚모자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둘러본 이들은 “아방궁이라던데 소박해서 놀랐다”고들 한다. 노 전 대통령은 공과(功過)를 떠나 격동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손해를 마다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그의 추도식에 정치권이 대거 참석하기로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진보 진영의 두 축을 이룬 고인이기에 특히 야당 정치인들은 경쟁하듯 봉하마을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 당선인 전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자율 참석을 검토하던 국민의당도 당선인 전원이 참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내려간다. 5·18기념식과 노무현 추도식. 현 야권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행사는 5월에 몰려 있다. 이를 어떻게 치르는지 지켜보며 국민은 그들의 정치력을 가늠하게 된다.

지난해 추도식은 안타깝게도 갈등의 모습이 엿보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 대표와 대립했던 안철수 천정배 김한길 의원은 봉변을 당했다. 내빈 소개 때 야유가 터져 나왔고 퇴장 때는 물이 흩뿌려졌다. 새누리당을 대표해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도 물세례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장남 건호씨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1월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러 갔을 때도 “친노 욕하더니 왜 왔느냐”는 비난과 비아냥이 있었다.

지난주 5·18기념식에서 우리는 한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가르는 선명한 구분선을 목격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 하나를 풀지 못해 보훈처장이 쫓겨나고 보수단체가 퇴장하는 갈등의 장이 됐다. 노무현 추도식에서 다시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사이에 선이 그어진다면, 이는 결코 ‘노무현이 꿈꾼 나라’가 아니다. “한국 정치에는 독재와의 오랜 투쟁 과정에서 비롯된 대결적 정치문화가 남아 있다. 그 갈등과 대립은 국민통합을 저해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5·18기념식은 더민주에 큰 숙제였다. 지난 총선에서 등 돌린 호남 민심을 확인했기에 이를 어떻게든 되찾아 보려고 대거 참석했다. 노무현 추도식은 국민의당에 민감한 숙제다. 친노 패권을 비판하며 당을 깨고 나왔지만 야권의 한 축인 그 지지층을 포기할 순 없어서 이번에 당선자를 총동원해 내려간다. 두 정당은 이를 철저히 ‘숙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두 행사를 호남 주도권과 친노 지지기반 강화의 ‘기회’로 삼으려 들면 정치적 갈등은 증폭되고 수권정당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