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 클린업 트리오 첫 선발 출격

입력 2016-05-22 19:08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가 2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1차전에서 9회초 2사 때 솔로 홈런을 치고 타구의 궤적을 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1루수 플래툰 시스템에서 무게중심이 이대호(34) 쪽으로 기운 것일까. 이대호가 마침내 시애틀의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이다. 우완·좌완을 가리지 않는 균형감각, 팀 내 최고 수준의 OPS(출루율+장타율)로 플래툰 파트너 애덤 린드(33)를 위협하고 있다.

이대호는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2차전에서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3∼5번 타자는 타순에서 가장 중요한 클린업 트리오다. 스캇 서비스(49) 감독은 린드의 백업이 아닌 팀 중심타자로 이대호의 역량을 관찰하기 위해 이런 타순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전날 신시내티 원정 1차전에서 시애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린드의 대타로 출전해 2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몰아쳤다. 3-3으로 맞선 7회초 2사 만루에서 첫 타석을 밟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9회초 주자 없는 2사에선 왼쪽 담장을 넘긴 비거리 111m짜리 솔로 아치를 그렸다. 이대호의 시즌 6호 홈런. 0-3에서 8대 3으로 승부를 뒤집은 시애틀의 역전 드라마에서 이대호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주인공이었다.

그동안 이대호보다 린드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했던 서비스 감독의 기계적인 1루수 플래툰 시스템은 이 경기를 계기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이대호는 지금까지 59타수 15안타(6홈런) 타율 0.254, OPS 0.861을 작성한 반면 린드는 110타수 25안타(3홈런) 타율 0.227, OPS 0.589를 기록했다. 장타와 홈런에서 이대호의 압도적 우세다.

홈런에서 좌·우완을 가리지 않는 것도 이대호의 강점이다. 이대호는 좌완, 우완을 상대로 홈런을 3개씩 때려 균형을 맞췄다. ‘이대호가 우완에 약하다’보다 ‘린드가 좌완에 약하다’에 설득력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대호가 린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플래툰 시스템의 구도가 뒤집힌 셈이다.

서비스 감독은 신시내티가 2차전 선발투수로 좌완 존 램(26)을 세우자 주저하지 않고 이대호를 선택했다. 이대호를 5번 타자로 투입하면서 타순을 일부 조정했다. 하지만 이대호의 클린업 트리오 데뷔는 서비스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대호는 4타수 무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1-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1루 때 좌익수 옆으로 흐른 타구가 안타에서 실책으로 정정된 점이 아쉬웠다. 시애틀은 4대 0으로 승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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