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공공외교의 전성시대다. 많은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공공외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기구나 인원, 예산을 늘리고 있다. 공공외교 선진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외교부 예산의 20%, 15%를 공공외교에 쓸 만큼 많은 투자를 한다.
공공외교는 일반적으로 문화공공외교, 지식공공외교, 정책공공외교로 나뉜다. 상대국의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자국의 정치나 경제 문화를 알리는 것은 지식공공외교에 해당한다. 그보다 대상을 좁혀 직접 정책담당자들에게 자국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공감을 구하는 것은 정책공공외교에 속한다. 그러나 자국의 호감도 제고가 공공외교의 목적임을 생각해 보면 불특정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이 매력국가임을 느끼게 하는 문화공공외교가 우선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정부나 기관이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지식공공외교나 정책공공외교와 달리 문화공공외교는 국민 모두 주체가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매력적인 국가로 간주할 때 정부의 공공외교는 성공할 수 있으며 한국 제품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게 된다. 다행히도 한국은 유구한 역사를 통한 풍부한 유·무형 문화자산, 식민지·전쟁의 아픔을 딛고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한 경험 등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공외교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럼 국민 개인이 공공외교의 주체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해외여행 시 국민 각자가 선진국 시민답게 행동하는 것이다. 현지문화를 존중하고 점잖게 행동해야 한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사고의 상당 부분이 한국인과 관련됐음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농경사회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은 원래 정이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여유 있는 품성을 가지고 살아왔다. 이러한 우리의 옛 품성이 그대로 외국인에게 전달될 때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저절로 제고될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친절한 길 안내나 병원에서의 정성스러운 치료와 같이 어려움을 도와주는 행위는 관광이나 쇼핑보다 한국의 매력을 훨씬 올릴 것이다.
셋째, 우리가 가진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외국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외국인들은 인삼의 재배과정을 들을 때 경이로움을 표시한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일기가 있다는 사실에도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중국의 주변국이 중국문화에 흡수·동화됐지만 우리의 우수한 문화 창조성이 한국의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으며 오늘날 한류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쉽게 이해한다.
해외에 자주 출장 가는 직장인들이 상대측과의 오찬이나 만찬을 할 때 묵묵히 식사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약간만 시간을 내어 공부하면 설명에 필요한 지식은 충분히 가질 수 있으며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식당이나 상점 등 외국인을 상대하는 업체들은 서비스 질 개선에 스스로 힘써야 하며, 정부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한국을 사랑하는 한 중국인 지인으로부터 서울에 있는 중국인 전용식당이 유효기한이 지난 싸구려 음식을 내놓으면서 밖으로 알려질까 봐 한국인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외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관광객 숫자보다는 서비스 질 향상을 관광의 주요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 글로벌 매너의 핵심은 정직함과 친절함, 타인에 대한 배려다. 이러한 덕목의 바탕 위에서 문화공공외교가 성공할 수 있다. 관계 당국과 온 국민의 분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중국연구원)
[한반도포커스-정상기] 모든 국민은 공공외교의 주역
입력 2016-05-22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