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나실인은 세 명입니다. 삼손과 사무엘, 세례요한입니다. 나실인이란 ‘나시르(구별되다)’라는 어원에서 출발했는데 나실인이 되려면 민수기 6장에 제시한 대로 세 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합니다.
첫째, 포도주나 독주, 생포도, 건포도, 포도나무 소산을 씨나 껍질이라도 먹지 말아야 합니다. 술은 잠언에 나온 것처럼 음란한 생각과 망령된 말을 하게하고, 건포도는 사치와 향락의 상징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것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쾌락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둘째,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지배만을 받겠다는 믿음의 자세입니다. 셋째, 자기의 몸을 구별하는 동안 자신을 부정하게 하는 시체를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실인의 조건은 한 마디로 ‘성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성결은 신자에게 있어 생명과 같은 것으로, 전도보다 중요합니다.
삼손은 하루아침에 몰락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그는 이방 문화의 땅에 갔습니다. 당시 블레셋 땅의 유품들은 대부분 술병과 술항아리였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이방 여인의 매력에 끌렸습니다. 삼손의 모습은 마치 노아 시대에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의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했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창 6:2). 거룩한 나실인이 세상을 즐기는 육신의 사람이 돼 갔습니다.
첫사랑 딤나 여인과의 결혼을 살펴보면 삼손의 잘못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 사람과의 충동적인 결혼, 부모의 만류에도 제 고집대로 강행한 결혼식, 결혼식 하객과 내기를 걸어서 그들의 옷을 취하고자 했던 행동들은 어린 철부지를 방불케 합니다. 수수께끼의 내용도 ‘먹는 자에게서 먹는 것이 나왔고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는데 이것이 과연 무엇인가’(삿 14:14)였습니다. 이 아리송한 질문에 대답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내기가 화근이 되어 결혼이 무산됐고 아내와 장인 가족이 불에 타 죽는 비극을 자초했습니다.
두 번째 여인은 가사 지방의 기생이었습니다. 세 번째 여인은 블레셋 여인으로 우리가 잘 아는 들릴라입니다. 아무도 삼손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여인을 사랑했습니다. 분별력을 상실했습니다. 세상의 때가 묻은 삼손은 마침내 자기 힘의 비결을 실토했습니다. 결국 혀가 화근이 돼 이방인에 의해 머리가 깎이고 그의 왕관은 땅에 떨어지고야 말았습니다.
삼손은 머리가 깎인 후 눈이 뽑히고 놋줄에 매여 맷돌을 돌리는 비참한 인생으로 전락했습니다. 소금이 맛을 잃으면 아무 쓸 데가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히게 되는 것처럼(마 5:13) 이제는 블레셋의 조롱거리가 돼 그들 앞에서 재주를 넘게 되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하나님을 생각하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이번만 힘을 주시옵소서.” 그 절규의 기도가 하늘에 상달되어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삼손은 다시금 믿음의 열조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우리도 삼손의 교훈을 되새기며 지금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누구와 동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한 주가 되길 축원합니다.
심상효 목사 (대전성지교회)
◇약력=△고려대, 장로회신학대 대학원 졸업 △현 대전이단상담소장, 대전 중구 노인복지위원회 위원장, 대전CBS 이사
[오늘의 설교] 신앙을 점검하라
입력 2016-05-22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