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와서 쌓인 우편물을 가져간 게 벌써 서너 달 전이다. 평소 너무 연락이 안 돼 명함을 받아뒀다.” 홍만표(57·사진) 변호사의 부동산 임대회사 ‘A홀딩스’ 본점이 들어선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의 한 건물 관리인은 20일 “이곳에 출근하는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굳게 잠긴 A홀딩스 본사 철문에는 부산 동구청에서 발송한 등기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도 “사람이 오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직원 본 사람이 없다는 부동산 임대 회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19일 홍 변호사의 변호사법위반 혐의가 적시된 영장을 제시하고 이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입회 아래 강제로 문을 열었는데, 본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20㎡ 남짓한 조그만 사무실 안에는 컴퓨터도 한 대 없이 책상 2개만 놓여 있었다. 검찰 서류박스에 밀린 전기요금 고지서 따위와 외장하드 1개가 담길 뿐이었다.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합니까, 필요 없잖아요” 하는 말이 나왔다.
A홀딩스의 사업장 소재지 역시 빈집 같은 느낌은 마찬가지였다. A홀딩스가 매입했다는 경기도 고양시 토당동의 한 아파트상가 지하 1층은 전혀 운영되지 않았다. 범죄를 우려한 상가 관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출입구를 폐쇄한 상태였다. 폐업한 업체들이 떠난 건물 바닥은 쓰레기와 배달음식점 전단으로 너저분했고, 문틈에는 A홀딩스 자회사들의 수개월간 밀린 관리비 고지서가 수북이 꽂혀 있었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있는 A홀딩스 지점에 방문해서야 대표이사 김모(44)씨와 직원 10여명을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전날 지점 압수수색을 받을 때 검찰에 임의동행했었다. 김씨는 “홍 변호사는 지분 10%를 가진 주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홍 변호사가 김씨로부터 경영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는 등 A사를 실제 소유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게임업체 대표와 함께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을 게임에 사용하는 대가로 프로야구선수협회 권모(52) 전 사무총장에게 23억여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201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김씨는 A홀딩스가 홍 변호사의 탈세와 무관하며, 실체가 있는 회사임을 강조했다. 2년간 순이익이 7억원에 달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A홀딩스는 등기임원이 주소조차 모르는 회사였다. 이사 박모(43)씨는 “회사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 없고, 월급을 받지도 않았다. 이름을 빼 달라고 했는데 여전히 임원이라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법조비리 수사 직후 사업목적에 ‘화장품 도·소매업’
김씨는 A홀딩스가 홍 변호사가 소유한 도시형 생활주택들의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름만 말하면 다 알 수 있는 유명인을 통해 홍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A홀딩스의 법인등기에는 홍 변호사의 배우자 유모(52)씨가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홍 변호사가 대검찰청에서 검사장 퇴임한 다음달 명예퇴직해 홍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서 함께 일한 수사관 출신 전모(51)씨가 A홀딩스의 감사다.
홍 변호사의 가족과 사무장으로 구성된 A홀딩스는 지난 6일 10여 가지의 사업목적을 법인등기에 추가했다. 이 가운데에는 화장품 개발·제조·매매 및 서비스상품 매매업, 화장품 도·소매 및 수출입업도 있었다. 이 시기는 지난 3일 검찰이 최유정(46·여) 변호사의 법률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직후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홍 변호사가 A홀딩스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과 위장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받은 변호사 소득 등 수임료의 일부만을 세무 당국에 신고하고, 나머지는 A홀딩스와 화장품 회사 간의 거래로 돌렸다는 의혹이었다. 실제로 홍 변호사는 정운호 대표와 서로 다른 수임료 액수를 언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파악을 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회사 운영을 전후해 홍 변호사는 2012년 7월 서울 서초동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가액은 29억원이었다. 2010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그의 재산은 13억여원이었다.
황인호 양민철 이가현 기자
inhovator@kmib.co.kr
[사회뉴스]
☞
☞
☞
☞
직원·컴퓨터조차 없는 홍만표의 수상한 부동산 회사
입력 2016-05-20 18:01 수정 2016-05-20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