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는 오바마, ‘깜라인만 출입증’ 받아올까

입력 2016-05-21 04:04

베트남의 전략요충지 깜라인만에 미 해군이 기항하는 문제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2∼25일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1975년 베트남전 패배 후 40여년 만에 미군이 다시 베트남에 발을 붙이게 된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기간 중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2014년 방어 목적의 무기 판매를 허용하며 베트남 무기 수출 금지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하지만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베트남은 직접 적을 타격할 수 있는 ‘살상용 무기(lethal weapon)’도 판매할 것을 미국에 강력히 요청했다. 주로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하는 베트남은 무기 구매처를 다양화해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

미 국방부는 찬성 입장이다. 하지만 의회에서 베트남 정부의 인권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제 인권단체는 베트남 정부가 100명 넘는 정치범을 구금하고 있다면서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인권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최근 베트남을 찾았던 국무부 관리는 NYT에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무기 금수를 전면해제 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깜라인만 이용 가능성도 오바마 대통령이 무기 금수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요인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중심 기지였던 깜라인만은 깊은 수심으로 항공모함과 잠수함도 정박할 수 있는 천혜의 전략요충지다. 무엇보다 베트남과 중국의 영유권 갈등이 한창인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와 가깝다. 베트남은 올해 처음으로 싱가포르와 일본 함정의 깜라인만 기항을 허용했다.

미국은 이미 남중국해 동쪽 끝인 필리핀 수비크만 기지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깜라인만 기항권을 획득하면 남중국해 서쪽 작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하와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안보센터의 베트남 전문가 알렉산더 부빙 박사는 “미군이 정기적으로 깜라인만에 접근할 수 있으면 중국과의 세력 균형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 금수가 풀리면 베트남은 미군이 깜라인만을 이용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행정부가 양국 관계개선을 베트남에 다당제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의심하는 베트남 군부 보수파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깜라인만에 미군 접근 허용은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있어 베트남이 허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최근 “미군의 깜라인만 기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시설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무력화하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중국이 베트남에 대규모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베트남으로선 득보다 실이 크다는 분석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