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위기’ 새누리 앞에 놓인 3개 선택지… 정진석, 어떤 선택지 뽑을까

입력 2016-05-20 17:54 수정 2016-05-20 18:24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 네 번째)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경환 서청원 의원 등 친박 좌장과 김무성 전 대표 등은 불참했다. 구성찬 기자

난파 직전의 새누리당 앞엔 3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키를 쥔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 중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당 내홍이 수습되느냐 전면전으로 치닫느냐가 결정된다. 2010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6년의 공백을 뚫고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정 원내대표로선 공개적으로 정치력을 시험받게 됐다.

◇鄭이 비대위원장 맡아 전국위 재소집=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비대위원 인선을 일부 수정해 전국위원회에서 추인받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은 20대 국회 당선인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이어서 명분이 있고 속도감 있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20일 비공개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농담조로 “내가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못할 건 또 뭐 있느냐”고 했다.

다만 비대위원 재선임이 최대 난관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김영우 의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측근인 이혜훈 당선인과 김세연 의원은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들이 비대위 첫 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조기 복당을 주장하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한 데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정 원내대표는 기존 위원은 그대로 두고 친박이 추천한 인사를 추가 선임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로선 양측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정 원내대표로선 첫 인선을 스스로 번복할 경우 리더십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벌써 비박(비박근혜)계에선 “정 원내대표가 친박에 굴복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들이 고민거리를 또 주셨다”며 “심사숙고하겠다”고 했다. 원안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후 비대위 재구성=시간이 걸리더라도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도 이런 주장이 다수였다고 한다. 한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는 전국위원회 무산으로 불신임받은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한들 힘이나 제대로 쓰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구인난’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인사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은 물론 김동연 아주대 총장,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헌재·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에게 혁신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직간접적으로 요청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혁신 전권을 쥐는 위원장직도 안 하겠다고 고사하는 상황인데 전당대회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비대위를 누가 맡겠다고 나서겠느냐”고 했다. 외부 인사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다가 혁신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전당대회 앞당겨 당권주자 간 혁신 경쟁=전당대회를 최대한 앞당겨 새로운 당대표를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혁신 경쟁의 장으로 만들어 당원의 선택을 받은 새 지도부가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전당대회는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대한 앞당겨도 7월 초중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일상적인 당무와 전당대회 실무를 준비하는 제한적인 역할만 맡게 된다. ‘조기 전대론’은 당권주자가 많은 친박계가 선호하는 방안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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