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등을 돌린 ‘김정은 북한’의 가장 큰 우군이었던 러시아의 대북 금융제재 착수는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을 대변한다. 북한은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외교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국제사회는 대화 재개 가능성보다는 ‘핵보유국 선언’을 더욱 위협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이러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아마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번 금융 제재는 향후 시행될 대북 제재의 일부에 불과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달 초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 차원에서 북한 은행 지점과 사무소를 폐쇄하고 북한산 광물 수입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령 초안을 공개한 바 있어 후속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각료회의가 대북 제재 리스트를 확대하고 스위스가 전날 포괄적 대북 제재를 전면 시행한 것 역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독자 제재 강화 차원이다. 서방뿐 아니라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까지 제재 대열에 합류하면서 북한의 대외거래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고강도 제재로 국제사회 내 고립이 심화되자 20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남북 간 군사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안했다.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남북 간 통신선 등 대화채널을 먼저 끊은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100일째 되는 날 공개서한을 통해 대화를 촉구할 만큼 북한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대화 제의가 남쪽을 향했으나 실상 북한의 시선은 북미 간 대화나 다자회담 테이블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제안에 대해 “선전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비핵화를 거부한 상태에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행태는 진정성 있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변화를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남북 간 대화를 지렛대 삼아 현상을 타개하려는 ‘국면 전환용’ 시도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제재 국면을 더욱 공고히 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세종연구소 개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참석해 “지금은 강력한 대북 압박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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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보유국 선언에 ‘우군’ 러시아도 돌아섰다
입력 2016-05-20 17:55 수정 2016-05-21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