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진 국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청와대는 20일 “사실상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법안”이라며 즉각 개정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주요 현안을 언제든 ‘정치쟁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론 이 법안이 입법부가 행정부를 과도하게 견제해 결국은 기능 마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별 현안마다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가 이뤄지면 정부부처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나. 행정부가 거의 마비 상황에 올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걱정하는 핵심조항은 상임위가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 심사나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의결할 경우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 규명이나 어버이연합 지원의혹 관련 청문회를 해당 상임위별로 동시다발로 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내년 대선 정국에서 야당이 여권에 부담이 되는 현안을 쟁점화해 정국 주도권을 차지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야당이 청문회 요청을 할 때 상임위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소극적 투쟁 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위원장이 야당 소속일 경우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어 청문회 개최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6월 국회의 정부시행령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때처럼 ‘국회법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시 재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어서 12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뭉칠 경우 산술적으로는 부결시킬 수 있다. 다만 내부 반란 움직임 등으로 위험 부담 역시 크다.
청와대는 일단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상당수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표 단속에 실패할 경우 자칫 청와대의 리더십이 순식간에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와대의 거부권 카드는 사실상 국회와의 결별을 뜻하는 만큼 ‘협치’ 여론을 정면으로 반한다는 정치적 부담도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단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최우선적으로 국회법 개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부권은 현재로선 전략적 실익이 없다”며 재개정에 방점을 찍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현안마다 청문회를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양당이 합의했고 상임위를 통과했고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왔는데, 정부의 이상한 오해와 과거에 얽매인 생각 때문에 제어하겠다는 건 삼권분립의 정신에 엄격하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국회법 개정안 상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의장 권위를 무시하는 스스로 누워서 침 뱉는 얘기”라며 “의장은 (새누리당이 하라는 대로 하는) 로봇이 아니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국회는 법안을 이르면 23일 정부에 이송할 계획이다. 정 의장 측도 “임기(29일) 내에 최대한 정부로 이송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남혁상 기자 imung@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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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에 발목 잡힐라… 靑 ‘상시청문회법’ 부글
입력 2016-05-20 17:57 수정 2016-05-20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