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고돌아 제자리… 與, 쇄신은 언제 할 건가

입력 2016-05-20 18:47
새누리당이 20일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백가쟁명 끝에 내린 결론은 도로 원위치였다. 수습안을 내놓기는커녕 제 주장만 하다 헤어졌다. 누구에게서도 책임지고 내분을 수습하겠다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 후 결정사항이라고 내놓은 게 고작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구성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맡긴다는 거였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와 혁신위를 비박 일색으로 꾸렸다고 전국위원회가 무산되는 그 난리를 겪고도 다시 그에게 인선을 맡겼다. 난센스에 가깝다.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영광은 없고 이러나저러나 욕먹기 안성맞춤인 비대위 구성을 정 원내대표에게 미루어버린 것이다. 더 한심한 건 지난 중진회의 때 이미 결정된 사안까지 다시 논의했다는 사실이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느냐 마느냐, 비대위를 관리형으로 하느냐 혁신형으로 하느냐, 비대위원장을 내부 인사로 할 거냐 외부 인사로 할 거냐는 등 한 얘기를 또 하고 있으니 미래지향적인 수습안이 나올 리 만무하다.

회의에는 참석 대상자 18명 가운데 11명만 참석했다. 전국위와 마찬가지로 까딱했으면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무산될 뻔했다. 지도부가 와해돼 중진의원회의는 사실상 의사결정기구 기능을 하고 있다. 그 구성원이 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불관언으로 일관하는 중진들이 이렇게 많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비박과 친박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계속해서 공식 회의에 불참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공은 정 원내대표에게 넘겨졌다. 다수파인 친박의 반발로 비대위 원안을 관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친박의 눈치만 살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이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원내대표가 할 짓이냐”고 했다. 그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