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미술·무용 넘나드는 예술 세계

입력 2016-05-22 18:58
화가이자 무용가인 오유화씨가 오는 27일 국립극장에서 여는 제4회 규랑예술제를 통해 선보이는 춤 ‘내 마음의 초상’(왼쪽)과 그림 ‘장생도’. 규랑문화예술재단 제공

미술·무용·음악을 넘나들며 생활 속 예술을 실천하는 규랑 오유화(63)는 어릴 적 무용가를 꿈꿨다. 열다섯 살에 대한민국 청소년예술제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춤을 접고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평안과 행복을 선사하는 인물화 및 꽃그림, 화면을 분할해 십장생도를 그린 작품 등으로 일가견을 이룬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5차례 특선과 입선을 차지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무용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맨발의 댄서’ 이사도라 던컨(미국 무용수)을 흠모하던 그는 한국 최초의 무용수 최승희의 애제자였던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와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장을 사사했다. 그가 추구하는 무용은 자연스럽게 몸에서 녹아나오는 몸짓이다. 더불어 가야금과 소리도 배웠다.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로 생활 속에서 즐기는 ‘오유화식 예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림이면 그림, 춤이면 춤 다양한 활동으로 종합예술가의 입지를 다진 그는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는 방안으로 2010년 규랑문화예술재단을 창립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시켜 한국의 문화 영향력을 세계 곳곳에 전파하는 게 그의 소망이다. 조금씩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1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 아트페어 및 경매에 참여할 계획이다.

반세기가량 예술혼을 불태운 그의 삶을 담은 인생스토리가 예술제를 통해 소개된다. 제4회 규랑예술제가 27일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2년마다 미술제 형식으로 개최되던 규랑예술제는 올해 무용제 중심으로 열린다. ‘내 마음의 초상’ 독무를 시작으로 ‘태평무’ ‘가야금병창’ ‘부채춤’ ‘장고춤’ 등 13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그의 그림도 볼 수 있다.

거문고 산조가 곁들여지는 ‘내 마음의 초상’은 무용가 손병우가 안무한 작품으로 달그림자를 벗 삼고 부채를 날개 삼아 봉황이 춤추는 듯 선보이는 무대다. ‘부채춤’은 1954년 김백봉이 안무를 맡은 작품으로 군무나 독무의 대표적인 춤 가운데 하나다. ‘가야금병창’은 산조와 휘모리장단으로 시작해 ‘아리랑’ 연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군무인 ‘장고춤’과 ‘태평무’는 양성옥 교수의 안무와 지도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들이 출연한다.

그가 예술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세계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림이든 무용이든 이상향의 풍경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영국의 미술비평가 클라크는 ‘훌륭한 풍경화란 자신이 풍경 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며 “이번 예술제를 기획한 것은 오랜 시간 가져온 마음속 염원을 표출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여유와 힐링을 느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