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조선 ‘빅2’의 항변

입력 2016-05-20 18:49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가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일컫는 조선 빅3다. 보통 빅2, 빅3에 포함되면 그 업종에서 잘나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빅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는 빅3로 엮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예 대우조선해양과 비교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빅2는 오너가 있는 정상기업들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는 ‘좀비기업’이다. 국민 혈세를 투입한 산업은행의 자회사일 뿐이다.

재무 사항을 들여다보자.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현대중공업 221%, 삼성중공업이 306%에 불과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7300%를 넘었다. 사내유보금은 현대중공업 12조4000억원, 삼성중공업이 3조5935억원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없다.

언론은 지난해 빅3가 8조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빅2가 각각 1조5000억원대, 대우조선해양이 5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나중에 적자 규모를 3조원 가까이로 수정했다. 올해 1분기에는 현대중공업 3252억원, 삼성중공업이 61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빅2는 채권단 ‘점검’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감독’ 아래 있다. 채권단이 기업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점검과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는 관리·감독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그나마 대우조선해양이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수주잔량이 많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금융위원회도 인정한다. 4월 말 현재 업체별 수주잔량은 현대중공업그룹 세계 1위, 대우조선해양 2위, 삼성중공업 4위다. 조선소별 수주잔량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각각 세계 1∼3위를 차지했다.

빅2는 대우조선해양이 저가 수주에 나서 조선업계를 공멸의 길로 몰았다고 비난한다. 이런 와중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빅3 설비 30%씩 감축’을 제안해 빅2의 원성을 샀다. 빅2는 반발한다. “빅3라는 미명 아래 빅2를 도매금 취급하지 말라.” 이유 있는 항변이다.

염성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