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칩거 끝낸 정진석… 친박에 투항?

입력 2016-05-20 04:00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운데)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9일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유승민 무소속 의원(오른쪽)이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과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 구성찬 기자, 뉴시스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출범이 무산된 후 고향인 충남 공주로 내려갔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9일 업무에 복귀했다. 20일엔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복귀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 원내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의 비대위 재구성을 수용, 한발 물러서면서 갈등을 봉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鄭 “자리에 미련 없다…당 혼란이 걱정될 뿐”=정 원내대표는 전날 격려차 연락해온 의원들에게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자리에 대한 미련은 결코 없다. 그런데 던지고 난 이후의 혼란이 걱정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원내대표 경선 때 ‘탈계파’를 약속했는데 그 실험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도 했다.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선출된 지도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공주 마곡사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친박계의 반발을 산 인선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김용태 의원에게 ‘첫째 박근혜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둘째 쇄신안도 좋지만 당을 분당 국면으로 끌고 가는 건 안 된다’ 두 가지를 약속받고 혁신위원장에 인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정 원내대표가 두 가지를 약속해 달라고 하길래 나는 ‘혁신 과정이 고통스러워야 박 대통령을 지키고 당이 깨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런 제안을 모두 수용하고 위원장직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물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두루 접촉했지만 모두 혁신위원장직을 고사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친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 원내대표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핵심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며 “첫째 비대위원을 새로 뽑고, 둘째 첫 회의에서부터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조기 복당을 주장하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을 비판하는 등 청와대와 각을 세운 점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친박의 기류를 알고 있는 정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건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친박의 보이콧으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전례가 있어 기존 인선안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 인선안을 철회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친박은 위원 추가 선임으로는 어림없고 기존에 임명된 김영우 김세연 이혜훈 위원을 빼야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기존 안을 유지하면서 친박 추천 위원을 추가 임명하는 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 고별 만찬서 “내가 죽일 놈”=4·13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낙선·낙천자들과 함께 고별 만찬을 했다.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측근들도 함께했으며 모두 30여명이 참석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가 죽일 놈이다. 다 내 책임이다”라고 위로를 건넸다. 당대표로서 공천 파동을 막지 못한 미안함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최근 당 내분 사태와 관련해 “같은 식구들인데 만나서 이야기하면 다 해결책이 나온다”고 했다. 김태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적당한 봉합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새 출발 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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