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t급 규모의 연근해 어선 선장인 김모(51)씨와 항해사인 또 다른 김모(61)씨.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히로뽕)을 몰래 투약했다. 이것도 모자라 마약에 취한 채 조타기를 잡는 ‘환각 운항’도 서슴지 않았다. 지그재그 운항으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선원휴게실이 히로뽕 거래의 온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선경비원, 전직 선원, 선원소개소 운영자, 수산업자 등과 함께 이곳에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 전 폭력조직원 정모(45)씨는 휴게실에서 선원, 수산업자 등에게 접근해 마약을 팔고 스스로 투약도 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1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선장과 항해사, 어선경비원, 마약 판매책 등 6명을 구속하고 선원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선장 김씨는 해경 조사에서 “장기간 조업하면서 주야간 하급 선원들의 작업 독려와 감독으로 인한 수면부족과 피로누적을 극복하기 위해 육상의 판매책을 통해 구입한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마약을 투약한 선원들이 육상 경찰에 적발된 적은 있지만 해경에 적발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경악스럽다. ‘세월호의 교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선원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지난 13일에는 전남 영광군 계마항 인근 해상에서 만취 상태로 어선을 운항한 선장 A씨가 붙잡혔고, 다음날엔 속초항 관공선부두에서 음주상태에서 어선을 운항한 선장 K씨가 검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선박 운항자에 대한 음주단속 기준이 만들어졌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8%였던 것이 점차 강화돼 현재는 철도와 항공기 승무원 수준인 0.03%로 엄격해졌다. 세월호 이후인 2014년 12월 23일부터는 음주 운항의 벌칙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선원들의 안전의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선박 음주 운항 적발 건수는 연평균 100여건(98.2건)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선종별로는 어선이 70%로 가장 많고 예·부선(7.9%), 낚시어선(4·5%), 화물선(2·9%) 순이다. 다중이용선박인 여객선이나 유도선의 경우도 연평균 1건 내외로 적발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세월호 이후 해양안전 관리가 강화됐지만 아직도 안전의식 결여는 여전하다”며 “음주 항해나 마약 환각 항해는 자칫 ‘제2의 세월호’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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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교훈 벌써 잊었나? 이번엔 마약 선장… 환각상태서 배 운항
입력 2016-05-19 17:36 수정 2016-05-19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