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한 대학에서 경영학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는 엄모(48)씨는 19일 대학이 아닌 서울 강남구 코엑스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열린 ‘2016 글로벌 취업 상담회’ 행사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대학 교수직 면접을 보기 위해서다. 엄씨는 “20여년간 일반 기업에서 기업재무를 맡았는데 대학사회에서는 경력을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겸임교수가 된 지 한 달째인데 정교수와의 지위 격차를 느껴 외국 대학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엄씨처럼 교수직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엔지니어, IT 프로그래머, 호텔리어 등 전문직 일자리를 원하는 많은 구직자가 취업 상담회를 찾았다. 2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상담회는 첫날 오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사전 이력서 접수에만 1만2000여명이 몰렸고 면접이 예정된 인원은 5000명에 달했다. 혼다, 그랜드 하얏트 도하 등 유명 글로벌 기업 부스에는 사전 면접 일정을 잡지 못한 구직자들이 문의를 위해 모여들었다.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 상당수는 치열한 국내 취업 경쟁을 피하고 상명하복 등의 분위기가 강한 국내기업 풍토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해외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김모(27)씨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기업에 지원했다”며 “막 면접을 보고 나왔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취업준비를 해온 이모(28)씨는 “국내 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이 상사 눈치를 보느라 힘들다는 호소를 자주 한다”며 “비교적 개인 중심의 회사생활이 가능한 외국기업에 가는 게 성격에 더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의 좋은 인재를 구하려는 해외기업 인사 담당자들도 분주했다. 고급호텔인 포시즌스의 인사 담당자는 “호텔리어라는 직업 특성상 영어 실력이 중요해 어학연수 경험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마닐라의 호텔 팬 퍼시픽 인사 담당자는 “지난해에도 참가했는데 지원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며 “글로벌 인재상에 맞게 영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인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지원자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능력을 높이 평가한 업체도 많았다. 닛산의 인사 담당자 아마모토 나나코씨는 “글로벌 인재를 뽑으려 하는데 한국 지원자들은 영어 능력이 뛰어나 아주 적합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CAL의 무쿠노키 사치카 엔지니어사업본부장은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상담회에서 5명을 채용한 CAL은 이번에도 엔지니어 1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코트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동 주관하는 글로벌 취업 상담회에는 17개국 121개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아시아 중심이던 이전 상담회와 달리 북미, 호주, 유럽 등의 기업도 다수 참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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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구직자들, 해외 ‘취업문’ 열기… 17개국 기업 ‘노크’
입력 2016-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