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김무성·유승민 정치 빅뱅 ‘열쇠’

입력 2016-05-19 20:02 수정 2016-05-19 22:04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운데)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9일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웃으며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유승민 무소속 의원(오른쪽)이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과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 구성찬 기자, 뉴시스

정치권이 ‘이합집산(離合集散)’ 논의로 들끓고 있다. 발원지는 여권이다. 새누리당 계파 갈등이 분당 위기로까지 치닫자 때를 기다리던 잠룡(潛龍)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잡자”고 나서고 있다. 4·13총선을 통해 기득권 양당이 심판받았다는 해석과 맞물려 대선을 19개월 앞두고 ‘새판 짜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이어 여권도 분화 시작=총선에서 참패한 집권여당은 원심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비대위 인선 파동을 거치면서 노골화된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의 패권주의가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를 당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당내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어 정권교체 위기감이 커진 것도 비주류 인사들이 새판에 눈길을 주는 이유 중 하나다.

여전히 여권에선 “우리는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내부에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에 더민주가 분화된 것처럼 여당이 갈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거론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친박·친노 등 여야 기득권과 거리를 둔 ‘중도신당’에 비박계 인사들이 탈당 후 합류하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추진 중인 ‘정치 결사체’와도 성격이 맞닿아 있다.

정 의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결사체라는 것은 외곽에서 정치를 바로잡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하는 조직 또는 정당일 수 있다”며 창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두세 달 고민해보고 10월쯤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 측은 “‘빅 텐트’를 쳐 중도통합 세력에 정치공간을 제공한 뒤 차츰 정당의 모습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빅 텐트에 사람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정 의장의 대권 포기 선언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PK·호남 연합론’이다.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한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권 후보로 미는 ‘TK·충청 연대’에 맞서 PK 기반의 비박계가 호남을 거점으로 한 국민의당과 뭉치는 그림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정계개편의 열쇠는 비박계 내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와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쥐고 있다고 말한다. 각각 ‘선명 보수’와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내건 두 인사가 당장 집단 탈당을 주도하거나 복당 시도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낙선·낙천자들과의 만찬에서 “분당 이야기는 서로 하면 안 된다”며 “그건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두 인사가 ‘딴살림’을 차릴 명분을 찾는다면 정계개편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여권 분열을 기다리는 야권=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더민주를 탈당하면서 총선 전 한 차례 지형 변화를 경험했던 야권은 정계개편에 적극적이다. 안 대표는 “쪼개져 나오면 받겠다”며 노골적으로 여당 비주류에 구애했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자신이 정계개편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자임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일본 게이오대 특강에서 "여당의 파당 정치에 대한 심판도 있었고 야당에 대한 실망도 컸다. 호남에서 제1야당은 거의 전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분노와 좌절 속에 미래지향적인 정치의 새 판을 짜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전 고문은 당분간 독자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확고한 대권 주자가 있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측에 몸을 의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그는 새누리당 비박계 인사들과도 코드가 맞는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이 주축이 된 정계개편이 논의되는 것은 없다. 남의 불행을 우리 행복으로 가져오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재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정계개편 논의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원내 1당인 데다가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 대권 주자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을 흔드는 정계개편은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내분을 둘러싼 정략적 구상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총선 끝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각 세력이 이합집산을 꿈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장희 문동성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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