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 작품과 요즘 관객이 새롭게 만나길 기대합니다.”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 등 한국 연극사의 산증인인 네 원로 연극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원로 연극제’가 6월 3∼26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 오태석 작·연출의 ‘태(胎)’, 하유상 작·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 천승세 작·박찬빈 연출의 ‘신궁’이 잇따라 공연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는 암 투병 중인 천승세를 제외한 3명이 자리를 지켰다. 이들 원로 연극인은 오랜만에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설렌 듯 과거 한국 연극계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특히 어둡고 암울했던 당시 사회 상황에서 연극을 만들었던 일을 감회어린 모습으로 회고하기도 했다.
김정옥은 “원래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을 올리고 싶었지만 동독 작가라 오랫동안 무대에 올릴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억척어멈’을 한국사 속 동학혁명, 6·25 등과 엮어 각색한 것이 ‘그 여자 억척 어멈’(1997년 초연)이다”고 말했다. 또 오태석은 “수양대군의 정권 찬탈을 다룬 ‘태(胎)’(1974년 초연)를 1972년 박정희정부의 계엄령 이후 경찰에 붙잡혀 피 흘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쓰게 됐다”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밝혔다. 반면 하유상은 “‘딸들의 연인’(1957년 초연)은 전생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던 시기에 자유연애를 다룬 코믹극이다. 일제와 6·25 등 어두운 역사에서도 인간 세상의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는 손병호 성지루 배해선 등 원로 연극인의 작품에 출연하는 중견 배우들도 다수 함께했다. 손병호는 “한국 연극계를 지켜온 거장들의 작품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원로연극제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앞으로 연속됐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연극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후배들보다 뜨거운 만큼 원로연극제라는 이름 대신 청춘연극제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국 연극계 거장들이 돌아왔다… 내달 3∼26일 ‘원로 연극제’ 열려
입력 2016-05-19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