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순환출자 규정을 위반한 현대차그룹에 과징금 없이 경고 조치만 내렸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이 생긴 이후 첫 위반 사례였지만 공정위가 어설픈 대응으로 면죄부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1일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을 합병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수는 6개에서 4개로 줄었지만 기존 순환출자 고리 중 2개가 강화됐다. 순환출자란 같은 대기업 소속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B기업이 출자한 다른 기업이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A기업을 소유한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해주는 구조다.
현대차는 합병 후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합병으로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정 위반이 발생했는지 공정위에 질의했다. 공정위는 12월 27일에야 위반이라는 유권해석 사실을 현대차에 통보했다. 순환출자 강화분에 해당하는 주식 처분 시한이 합병 이후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해소 시한을 불과 5일 남기고 이를 통보한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 5일 해당 주식을 처분해 순환출자 위반 문제를 해결했지만 32일 지연 처분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공정위 전원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주식 처분 시한을 넘긴 현대차에 해당 주식 가치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경고 결정만 내렸다. 공정위는 “공정위의 유권해석 전까지 해소 대상인지가 확정되기 곤란한 측면이 있었던 점, 피심인들이 조속히 위반 행위를 스스로 시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현대차의 노련한 플레이에 허술한 공정위가 당했다는 평이 나왔다. 지난해 7월 합병 당시 재계 서열 2위 현대차는 순환출자 규정 위반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데 시일을 끌다가 10월이 되어서야 공정위에 질의를 했다. 10월에도 공정위는 현대차의 미공개 요구를 따르다 12월 말 언론 보도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홀로 뒤집어썼다.
세종=이성규 기자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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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순환출자 ‘늑장 해소’에 경고만… 공정위 스스로 자초한 면죄부
입력 2016-05-19 18:15 수정 2016-05-19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