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진석, 親朴에 굴복해선 안 된다

입력 2016-05-19 17:52
친박의 ‘정진석 흔들기’가 갈수록 가관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공공연하게 물러나라고 떠든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총선 참패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친박인데 제 뜻대로 안 한다고 분당설까지 들먹이며 그만두라는 건 선후가 뒤바뀌었다. 비상대책위 구성과 혁신위원회 출범을 무산시킨 친박의 몽니는 혁신을 거부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콩가루 집안싸움은 20일 열리는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분수령이다. 이 회의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친박은 계파 안배를 명분으로 비박이 다수를 점한 비대위를 친박 중심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실력행사를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을 ‘친박당’으로 만들려는 심산이다.

정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 원내대표가 친박에 굴복하는 순간 새누리당의 최대 당면 과제인 혁신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반성도 없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당을 좌지우지하려는 친박의 패거리 문화는 하루빨리 청산돼야 할 구태다. 여론은 정 원내대표 편이다. 오로지 계파라는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친박보다는 그래도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이 제 것인양 행세하는 친박의 행태는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들다. 당이 싫으면 떠나라며 비박의 등을 떠밀고 있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떠나야 할 대상은 새누리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지 환골탈태시키려는 비박이 아니다. 이 모든 걸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이 막후에서 조종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책임 있는 정치인은 비겁하게 장막 뒤에 숨지 않는다. 친박은 이제 남 탓 그만 하고, 혁신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면 훼방하지 말고 탈당하는 게 도리다.

7월 말∼8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기는 것이 내분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상 지도부가 와해되고 이를 대체할 비대위 구성마저 무산돼 리더십의 정통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당대회를 앞당겨야 한다고 본다. 확실한 건 친박 요구대로 비대위를 재구성할 경우 새누리당이 산으로 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