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창조패배·창조병살·행복수비’… ‘조롱’받는 독수리

입력 2016-05-20 04:00
꼴찌에서 허덕이는 한화 이글스는 최근 황당한 플레이로 상대 팀에 승리를 헌납하는 경우가 많다. 왼쪽은 1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8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폭투로 동점을 내주는 장면. 오른쪽은 삼진을 당한 정근우가 허탈하게 배트를 내동댕이치는 모습. 뉴시스
한화 선수단이18일 삼성전에서 진 뒤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내가 왜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지난 17일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끝난 후 삼성 이지영은 구단 관계자로부터 자신이 수훈 선수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자 황당해 했다.

그럴 만 했다. 상대 팀인 한화가 정말 ‘희안한’ 플레이로 승리를 헌납했기 때문이다. 4-4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이지영은 투수 박정진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런데 한화 포수 조인성이 그 공을 놓쳤고, 3루 주자 이승엽이 가볍게 홈을 밟고 삼성이 승리를 거뒀다. 한화는 삼진이 됐지만 스트라이크낫아웃 상황이 돼 어이없이 경기를 내준 것이다. 한화 팬들은 이를 ‘창조패배’라고 했다.

18일 경기에서도 허탈한 순간이 있었다. 0-5로 뒤진 3회초 1사 1, 2루에서였다. 타자 이용규는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의 3구째를 노렸지만 2루수 직선타로 잡혀 2루 주자도 횡사했다. 불과 2∼3초 만에 아웃카운트 2개를 쌓고 이닝을 마친 벼락같은 병살타. 한화 팬들은 이 순간을 ‘창조병살’이라며 조소를 지었다. 앞서 지난 7일 kt전에선 김태균이 ‘패대기 송구’라는 황당한 실책으로 팀 패배를 초래했다. 팬들은 이를 ‘행복수비’라고 놀려댔다.

한화는 참담하게 꼴찌에 머물러 있다. 패배를 하는 과정도 좋지 못하다. 갖가지 방법으로 패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팬들은 ‘창조패배’ ‘창조아웃’ ‘행복수비’ 등 이제 분노를 넘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팀이 맞느냐는 냉소까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수술로 병상에 누운 ‘야신’ 김성근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김광수 감독대행의 황당한 선수 운용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삼성전에선 4회 무사 1, 2루 기회에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양성우에게 번트를 지시했다가 쓰리번트 아웃으로 기회를 날렸다. 심한 압박감을 가져오는 쓰리번트를 신인급 선수에게 시켰다. 6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는 양성우를 내리고 장민석을 올려 대타 번트 작전을 시도했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투수 운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15일 KIA전에선 마무리 정우람을 6회에 투입시켰다. 또 지난 11일 kt전부터 14일 KIA전까지 4일 동안 박정진을 세 번이나 등판시켰다. 한국 나이로 41세인 노장 박정진은 연투가 힘들다는 게 입증됐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등판시키고 있다. 심수창은 불펜과 선발을 오가고 있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김태균도 계속해서 4번으로 기용하고 있다. 김태균은 국내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올 시즌 타율이 0.276에 불과하다. 4번 타자의 덕목인 홈런은 고작 1개에 불과하다.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잦다. 수비도 좋지 못하다. 벌써 실책이 4개다. 특히 이 실책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더욱 문제다. 타순 조정 등 그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한화는 김 대행이 지휘한 12경기에서 2승 10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한화는 올해 팀 전체연봉과 선수 평균연봉 모두 1위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전체연봉 100억원을 넘어 102억1000만원이나 된다. 2위 삼성(87억3200만원)보다 20억원 가까이 많다. 제일 낮은 넥센(40억5800만원)보다는 무려 60억원이나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 팀 성적은 꼴찌다.

그래도 반등의 기회는 남아있다. 한화는 마지막 보루인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등판한 19일 삼성전에서 9대 6으로 승리하며 10승(28패)째를 거뒀다. 또 김 감독이 병상에 누운지 15일 만인 20일 kt전부터 현장에 복귀한다. 김 감독에겐 ‘창조패배’ ‘창조아웃’ ‘행복수비’ 등 어이없는 플레이를 없애고 팀을 반등시켜야할 할 숙제가 남겨져 있다.

모규엽 김철오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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