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을 그리며 곧게 뻗은 철길. 그 앞 터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준다. 페달을 밟으며 천천히 내달리는 철길은 비둘기호와 통일호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볐던 이들에게 옛 추억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기차가 다니던 철도 위를 자유롭게 내달리고,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갔던 풍경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바퀴가 네 개라 넘어질 위험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네 바퀴의 자전거로 철로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만의 매력이다.
강원도 정선군에서 레일바이크 업무를 담당하는 백호민 주무관은 19일 “레일바이크는 창문 사이로 스쳐지나갔던 비경을 천천히 감상하고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자연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점이 도시민을 불러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레일바이크는 철도를 뜻하는 레일(Rail)과 자전거의 약칭 바이크(Bike)를 합친 말이다.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달리는 네 바퀴 자전거를 뜻한다.
석탄을 쉴 새 없이 실어 나르던 기차가 멈춰서 생명을 잃은 철로와 철도 직선화 사업으로 인해 쓸모 없어진 폐선로가 자전거를 만나 전국 지자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
2005년 레일바이크를 개장한 정선군은 10년 만에 누적 방문객 31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개장한 강원도 삼척시도 누적 이용객이 24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국 13곳의 레일바이크 관광지에는 모두 310만명이 다녀가는 등 전국에 레이바이크 열풍이 거세다.
레일바이크는 미국 서부 골드러시 시절 설치된 철도가 골드러시의 쇠퇴로 기능을 잃어버리자 철로를 이용해 바이크를 즐기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선 경북 문경군이 2005년 3월 처음 선보였고 4개월 뒤 정선에서도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1곳씩 레일바이크 관광지가 늘었고 철로를 달리는 네 바퀴 자전거를 타기 위해 1곳당 연간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았지만 레일바이크의 겉모습은 단순하다. 쇠붙이로 된 바퀴 4개, 바퀴와 연결된 페달, 브레이크, 등받이 의자가 전부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천천히 달린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지만 빠른 것만을 요구하는 현대인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1개의 철로를 이용해 달리다보니 앞 사람을 절대로 추월할 수 없다. 그래서 느리게, 여유를 갖고 바이크를 즐기며 자연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심춘자 삼척시 해양레일바이크 담당 계장은 “직접 레일바이크를 타보지 않고는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쏜살같이 달렸던 철로 위를 천천히 달리는 맛이 일품이라 도시민들에게 더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전국 지자체에선 폐철로에서 관광 금맥을 찾기 위한 ‘레일바이크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폐선로 위의 낭만’ 전국이 북적… 레일바이크 전성시대
입력 2016-05-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