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디아코니아 운동 선구자 비헤른 전기 국내 첫 출간

입력 2016-05-19 21:02
독일 디아코니아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요한 힌리히 비헤른(1808∼1881·얼굴) 목사의 삶을 다룬 책이다. 독일 현지에선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못잖게 유명한 인물이지만, 한국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었다.

비헤른 목사는 산업혁명 이후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노동자 문제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증폭됐던 19세기, 신앙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던 인물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기 전, 요하네스 플룬스의 아동보호소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부모가 교도소에 수감돼 방치된 아이들을 만난 뒤 1833년 이들을 위한 공동체 ‘라우에하우스’를 세운다. 비헤른 목사는 아이들을 돌보는 동시에 개신교복지전문사역자(디아콘)를 교육하고 신앙적으로 무장시키는 일을 함께 진행했다.

당시 독일교회는 각종 사회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1848년 9월 비텐베르크의 성교회에서 “사랑은 교회에 있어 신앙에 속한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독일 디아코니아 운동에 불을 지폈다. 교회가 사회 문제에 답을 내놔야 한다는 일종의 신앙 각성 운동이었다. 이어 전국에 흩어져있던 디아코니아 실천 단위들을 묶어내는 작업을 통해 1849년 ‘내적선교(Innere Mission)’ 중앙위원회를 구성한다. 내적선교란 ‘자율적인 결사체 안에서 신앙인들이 하는 교회의 규정된 사업이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에 관련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헤른 목사는 “내적선교는 본질적으로 신앙고백을 통해 구원하는 사랑의 행동으로 이어지고 보편적인 사제들을 통해 완결된다”고 했다. 성직자 중심이 아니라 교인들이 자유롭게 실천에 참여하되, 개별적인 운동이 아니라 전체 교회 차원에서 책임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후 교도소 개혁 사역 등으로 관심 범위를 넓혀가면서 개신교의 공교회성 회복에 앞장섰다.

이 책의 번역자는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 상임이사다. 그는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비헤른을 통해 독일 디아코니아의 정신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번역했다. 홍 목사는 “개신교 종교개혁의 본산지인 독일에서의 디아코니아 운동은 종교개혁 정신의 재생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면서 “독일은 디아코니아 정신을 통해 오늘날 기독교 사회복지 국가 모델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