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세종대왕, 맨부커상 상금 일부 받을 자격 있다”

입력 2016-05-18 23:46
영국 BBC가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집중 조명하면서 “세종대왕도 맨부커상 상금 일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BBC는 17일(현지시간) ‘채식주의자: 한국어를 배우고 상을 타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2010년부터 한국어를 배운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어가 어떤 언어인지 살펴봤다. BBC는 세종대왕이 빌려 쓴 한자 대신 28개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한글을 만든 사실을 소개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이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방송은 “슬기로운 자는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우칠 것이고, 어리석은 자라도 10일 안에 배울 수 있다”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문구를 전하면서 한국어가 다른 언어보다 배우기가 정말 쉬운지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인 외교관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미국 외교원(FSI)은 한국어를 배우기에 ‘굉장히 어려운 언어’로 분류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한국어를 ‘일반적·전문적으로 능숙한 수준’으로 배울 때 2200시간(88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BC는 그러나 10개가 넘는 언어를 익힌 호주 번역가 도너번 나이절이 약 1년간 한국에 체류했을 때 3∼4개월 만에 꽤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었고 8개월 만에 유창한 수준으로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미스는 책의 ‘리듬’을 찾으려고 했다면서 “당신이 위대한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면, 그 번역은 영문학으로도 훌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는 “번역가는 상을 받을 만하며 세종대왕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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