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법조비리’의 출발선은 이숨투자자문 명함을 든 브로커들과 최유정(46·여·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의 만남이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18일 송창수(40)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변호인 선임계를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 동시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진우커뮤니케이션 사기’ 사건, 수원지법에서는 ‘인베스트 사기’ 사건의 1심 선고가 끝난 상태였다.
서울 서초동 최유정법률사무소 직원들은 이즈음부터 이숨투자자문 명함을 든 이들이 사무실에 자주 방문했다고 기억한다. 최 변호사가 송 대표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틀, 수원지법에서는 1개월여 만에 변론이 종결됐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의뢰인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어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송 대표의 형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허위 구인광고로 사람을 모아 금융피라미드 구조로 10억원을 사기친 ‘진우커뮤니케이션 사기’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었지만,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1년2개월로 감형됐다. 이 판결을 내린 재판장은 ‘정운호 법조비리’가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 2일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L부장판사였다.
L부장판사는 당시 피해자들이 계약의 본질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고 봤다. 실적이 없으면 분양대금으로 낸 300만원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점도 피해자들이 익히 알고 있었으리라고 판단했다. L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진지한 노력 끝에 사실상 피해자 전원의 피해가 전부 회복됐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선고일에 법정에 나오지도 않았다.
“송 대표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는 전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판시는 1개월 뒤 수원지법의 ‘인베스트 사기’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1심은 징역 4년이었지만,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됐다. 송 대표의 피해 변제는 ‘이숨투자자문 사기’로 모은 범죄수익을 통해 이뤄졌다는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수원지법의 선고공판에도 불출석했다.
송 대표의 형사사건 2건을 성공적으로 변호한 최 변호사는 이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 사건도 수임하게 된다. 변호인 선임계는 1월 7일 제출됐지만, 법조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그보다 앞선 지난해 연말 최 변호사와 정 대표가 서로 소개를 받았다고 본다. 100억대 해외 원정도박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던 정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만 20억원을 건넸다.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보는 이 거액 수임에는 최 변호사가 L부장판사로부터 송 대표의 감형을 이끌어낸 경험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있다. 정 대표는 실제 이 시기쯤 L부장판사 측에도 접근했다. L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 측이 파견한 법조브로커 이모(56)씨와 저녁식사를 했다. 다음날 회피신청을 했지만 논란이 일자 결국 사임했다.
최 변호사가 송 대표를 소개받을 때에는 이숨투자자문 이사였던 또 다른 법조브로커 이모(44)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임을 주장하는 브로커 이씨는 검찰의 수사 착수와 함께 도주하기 전까지 최유정법률사무소에 출근하다시피 했고, 사무장 권모(39)씨를 사칭했다. 최 변호사 측은 18일 “이숨투자자문 측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씨가 어서 검거되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최유정 변호 사건, 징역 2년6개월서 1년2개월로
입력 2016-05-18 22:00 수정 2016-05-18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