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난항… 1차 시한도 못 지킬 듯

입력 2016-05-19 04:02
현대상선이 18일 해외 선주사 관계자들과 용선료 협상을 시작하면서 생사를 가를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관 로비에 있는 모형 배 모습. 뉴시스

벼랑 끝에 선 현대상선의 18일 해외 선주사 용선료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났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좋게 끝난 게 아니다”며 “내일 일정도 못 잡았다”고 말했다. 1차 시한이었던 20일까지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용선료 인하는 자율협약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고비다. 협상이 성공해야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해운동맹 편입도 희망이 생긴다. 협상에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로 이어지고, 뒤이어 자율협약에 나선 한진해운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상선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서울 종로 현대상선 본사에서 해외 주요 선주사 4곳과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했다. 3곳은 방한해 직접 머리를 맞댔고, 1곳은 화상회의로 참여했다. 애초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영국 조디악은 불참했다.

협상에 참여한 선주사 대표들은 각 사 최고위급 업무 책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 측에서는 용선료 협상을 주도해온 마크 워커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등 협상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협상이 끝난 뒤 관계자는 “선주들의 응답을 기다려봐야 한다”며 “언제까지 통보해주겠다는 이야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선주와 현대상선에 20일까지 협상시한을 정했지만, 선주들은 이와 상관없이 용선료 협상을 자신들의 스케줄대로 끌어가겠다는 태도다. 이들은 본사에 한국 채권단의 제안 내용을 전달한 뒤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주말을 지나 다음주 초에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단은 ‘법정관리’ 카드를 다시 꺼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을 대표해 협상에 참석한 산업은행은 “정상화 방안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선주들의 동참을 촉구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이후에는 선주사들이 용선료를 받을 수 없는 만큼 인하가 최선의 해법이라는 논리로 설득에 나섰다. 극심한 업황 침체 속에서 주요 고객을 잃을 경우 선주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특히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평균 28% 정도 깎아주면 인하분의 절반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일부는 경영이 정상화된 뒤 발생한 수익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선주사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주사들은 용선료 인하 이후에도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출자전환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현대상선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경우 채권단은 7600억원 규모의 협약채권 출자전환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본격적인 경영정상화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쳐 8043억원 규모의 회사채 채무 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한다.

우성규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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