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여중생’ ‘원영이’ ‘청주 여아 암매장’ 사건 등은 모두 아동학대에서 비롯됐다.
어린 자녀들이 따뜻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모진 학대를 받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이들 자녀의 부모였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관련 사건·사고의 80% 이상이 부모에 의해 일어났다.
크리스천 부모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목회자 가정에서 벌어진 부천 여중생 사건이 단적인 예다.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는 지난 4월 1∼23일 ‘크리스천 부모들의 훈육 및 체벌에 대한 실태’를 조사했다. 전국의 크리스천 부모 5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66%가 훈육성 체벌을 하며 43%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훈육성 체벌에 ‘분노’가 개입하면 ‘폭력성 체벌’로 바뀐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입을 다물고 버티거나(44%) 말대꾸를 할 때(27%) 분노가 폭발했다.
크리스천 부모 66% “훈육성 체벌한다”
실제로 훈육성 체벌이 폭력성 체벌로 바뀌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48%는 ‘분노조절이 안 되기 때문’, 30%는 ‘마음에 이미 화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정도(78%)가 분노와 화를 주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분노는 아동학대와 살인, 폭력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파괴적 에너지다. 분노는 폭력적 행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의 감정으로 이번 조사에선 자녀들에게 고함 지르기(42%) 거친 말로 상처주기(24%) 때리기(18%) 물건 집어던지기(5%) 등으로 표출됐다.
부모의 분노 폭발은 가정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자녀의 분노를 유발해 부모의 말을 더 안 듣게 하고(28%) 자녀들의 자신감을 상실시켰다(28%). 두려움이 생겨 부모를 피하거나(24%) 폭력성을 갖는(2%) 자녀들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분노는 자녀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대물림까지 되고 있는 셈이다.
부모 87%가 분노조절 등 감정훈련 원해
분노를 표출한 부모 역시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죄책감에 시달려 회개기도를 하거나(36%) 미안함 때문에 자녀들에게 더 잘해주고(29%) 자녀를 피하며(12%) 자책감으로 부모 역할을 포기하고 싶다(8%)고까지 했다.
조사결과 크리스천 부모 상당수는 감정훈련의 필요성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했다(87%). 감정훈련 중에선 분노조절(27%)과 공감훈련(27%), 감정치유(18%) 등이 필요하다고 꼽은 이들이 많았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사랑의 매’ 훈육과 학대 사이] 기독 부모 78% “훈육이 폭력되는 건 분노·화 때문”
입력 2016-05-1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