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을 묻는다’ 서울대미술관 10주년 기념전

입력 2016-05-19 20:49

“어, 캠퍼스에 웬 허름한 집이야?”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 앞. 지나가던 대학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낡은 타일, 녹슨 창틀이 1970∼80년대의 기억을 소환하는 연립주택 모양 설치물 안으로 들어간다. 집 안으로 들어가 삐거덕거리는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온 학생들이 설치물 밖에 놓인 작품 리플릿을 한 장씩 들고 유심히 살펴본다.

한국 첫 대학 미술관인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미술관(관장 정영목)이 6월 8일로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미술관은 삼성그룹이 건립비를 후원하고,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하다. 덴마크, 독일 등 각국 대사관에서 자국 미술을 알리는 전시 공간으로 러브 콜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대 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전을 마련했다. 주제는 미술관 앞에 설치된, 다세대 주택을 형상화한 설치물이 보여주듯 ‘지속 가능을 묻는다’이다. 조혜진 작가의 이 작품(사진)은 다세대 주택에서 인내와 근면으로 악착 같이 살아왔던 한국 전후 세대의 ‘터전에 대한 욕망’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환경과 재난 뿐 아니라 자본과 소비, 종교, 이민 등 문화와 생활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묻는다. 박진영 작가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건물을 낯설게 찍은 사진 작품을 통해 재난이 일상화된 현대사회를 돌아본다. 이완 작가는 버려진 물건들을 저울 위에 올려놓은 설치 작품 등을 통해 소비 문제를 직시하고, 정직성 작가는 녹조 현상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며 인간의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다. 김춘수, 이정민, 이인현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회화가 갖는 매체로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 독일 작가 토마스 스트루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면서 ‘파라다이스’ 작품을 입구에 전시했다. 7월 24일까지.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