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사정 대타협 산물?

입력 2016-05-19 04:00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정 대타협 합의 사항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노동계를 압박했다. 그러나 노사정 대타협에서 합의한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애초에 성과연봉제와 무관하다.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바꿀 필요가 있더라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일의 특성(직무)과 능력(숙련도)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노사 간의 진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무·숙련 기준 임금체계가 성과연봉제?=지난해 9월 15일 노사정은 대타협을 통해 마련한 합의문에서 “노사는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세대 간 상생고용 체제 구축을 위해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비롯해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임금이 늘어나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의미였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직무·숙련 등을 기준으로 해 노사 자율로 추진한다”고 명문화했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제와 관련한 언급은 합의문 어디에도 없다. 능력이나 업무 성과를 임금에 반영하자는 성과주의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다른 노사정 합의 사항에 정부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며 밀어붙이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성과’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정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해고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고용부는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연공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올해 임금·단체교섭 지도 방향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지도한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전 직급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확대 적용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번엔 더 나아가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의 등급별 차이를 3% 포인트 이상으로 하라는 등의 차등지급 기준까지 제시됐다.

정부의 주장대로 노사정 대타협 합의 사항이었던 임금체계 개편 방향은 애초 ‘직무와 숙련도 기준’이었으나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바뀌었다가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으로 둔갑한 셈이다.

◇“개편 필요하지만…”=직무와 숙련도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하는 일의 특성과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 등에 따라 임금 수준이나 보상 방식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반면 현재 논란이 되는 성과연봉제 방식은 개별 기관이나 업무별 특성 등이 무시된 채 근로자들을 평가해 점수별로 줄을 세워 성과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8일 “현재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성과연봉제가 그 문제점들을 한 번에 해결해줄 해법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주의가 필요하더라도 지금처럼 정부가 모든 기준을 다 정해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개별 기관과 업무 특성 등에 맞는 세부 기준 등을 노사 간에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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