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1번지 명동에 ‘면세점의 신세계’ 활짝

입력 2016-05-19 04:09
고객들이 18일 오전 개장한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 기다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면세점을 개장하면서 한국 관광의 심장부인 서울 명동에서 치열한 면세점 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김지훈 기자

한국 관광의 심장부인 서울 명동에 신세계그룹이 시내면세점을 열며 ‘롯데’와 ‘신라’ 양강구도 면세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롭게 사업권을 획득한 두산그룹 역시 오는 주말 ‘두타 면세점’을 열며 첫 면세 사업에 나선다.

18일 찾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에 문을 연 1만5138㎡ 규모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오픈 첫날이었지만 후, 설화수 등 국내 화장품과 수입 화장품을 모아 놓은 2층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사전 등록 고객만 3500여명에 달했고 개점 첫날 4000명 넘는 인원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층 한가운데에는 벨기에 출신 미술 작가 카스텐 휠러의 ‘미러 캐러셀’이라는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대형 회전그네인 이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 측은 “쇼핑만 하는 공간을 넘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콘셉트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백화점에만 제공하던 VIP라운지와 일대일 맞춤형 퍼스널 쇼퍼 서비스도 특징이다.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반클리프앤아펠 등 글로벌 4대 명품 주얼리 브랜드가 입점을 확정했고 뷰티 브랜드는 600여개가 들어선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능력을 본격 입증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과 정 사장 두 남매는 각자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장내 매매를 통해 교환했다. 정 부회장의 주식 보유율은 이마트 7.32%에서 9.83%, 신세계 7.32%에서 0%가 됐고 정 사장은 신세계 2.51%에서 9.83%, 이마트 2.51%에서 0%가 됐다. 사실상 정 부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등을, 정 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 등을 총괄하기 위한 ‘분리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인근에는 업계 매출 1위인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있다. 롯데면세점은 7월까지 면적을 약 20% 확장해 신세계의 도전에 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점포 명을 ‘명동점’이라고 정한 만큼 ‘명동’의 인지도를 활용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남대문시장 한류 먹거리 골목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 연계에도 나선다.

하지만 면세점 성패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명품 빅3’(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는 개점에 맞춰 입점하지 못했다. 신세계디에프 손영식 부사장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3개 모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새롭게 선정된 시내면세점 사업자 중 명품 빅3를 유치한 곳은 신라아이파크면세점(루이비통·예정)뿐이다.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신규 사업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특허 획득 당시 신세계디에프 측은 매출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설정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사장은 “시장 상황이 면세점 특허를 신청할 때와 달라졌다”며 “시장 및 브랜드 유치 상황을 본 뒤 (매출 목표를) 미세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던 두산그룹 면세점인 두타면세점은 개장일을 오는 20일로 정했다. 두타면세점 역시 오너 3세인 두산그룹 유통사업 부문 박서원 전무가 참여해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박 전무는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두타면세점 로고를 올리며 홍보에 나서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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