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가 공사를 해주고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 금액이 여전히 많아 건설업계의 추가 부실 우려가 제기된다. 미청구 공사 발생 주요 진원지가 중동인 만큼 유가 변동에 따른 변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저수익 공사 상당수가 상반기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동부증권은 18일 ‘1분기 건설사 미청구 공사액 및 미수금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청구 공사액과 미수금 총액이 이미 발생한 매출액의 30%가 넘는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청구 공사액은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고서도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건설업, 조선업처럼 장기간 공사가 이뤄지는 수주산업의 경우 진행률에 따라 실적을 잡는데 건설사 및 조선사가 생각하는 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하는 진행률의 차이가 생기면 그 차이만큼을 미청구 공사에 포함시킨다. 공사 진행에 따라 회수하는 경우가 많지만 준공이 가까워졌는데도 미청구 공사액이 크다면 손실로 처리될 위험이 있다.
공사 원가를 잘못 추산할 경우 미청구 공사가 급증해 준공 후 한꺼번에 손실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미청구 공사와 관련된 분식회계 의혹도 자주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 전 미청구 공사가 크게 확대되면서 부실 발생의 징후로 주목받았다.
건설사들이 지난 16일 발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은 현대건설이 연결기준 4조2354억원으로 가장 많고 GS건설(2조2595억원), 대우건설(2조1447억원) 순이다.
동부증권은 공정률 20% 이상인 공사현장 중 미청구 공사액과 미수금 합계가 이미 발생한 매출액의 30%를 넘길 경우 향후 손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으로 봤다. 이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이라크 방파제 공사 현장을 비롯한 3곳, 현대건설은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등 2곳, 삼성엔지니어링은 알제리 티미문 가스전 개발프로젝트 등 2곳, GS건설은 쿠웨이트 ‘Doha Link Project’ 1곳이 분기별 미청구 공사액과 미수금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사업장으로 꼽혔다. 이처럼 미청구 공사 발생 주요 현장이 중동에 몰려 있는 만큼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미청구 공사액이 대규모 손실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청구 공사액 및 미수금이 없다고 향후 손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알려져 있지 않던 공사에서의 손실은 2017년 이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수익 공사 완공 시점과 미청구 공사에 대한 공시 강화가 맞물리면서 손실이 일시 늘 수는 있지만 실적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수주 현장의 추가 원가 반영 가능성이 있지만 저수익 프로젝트 공사가 상반기 중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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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건설업계 추가 부실 뇌관 될 가능성
입력 2016-05-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