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이냐, 세상이냐. 좌우간 선택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기독교인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던 ‘래디컬’의 저자가 ‘카운터 컬처’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의 문화와 복음이 충돌할 때,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며 복음을 지키고 있냐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저자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최연소 대형교회 담임목사’ 타이틀을 달고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의 브룩힐즈 교회에서 사역했던 데이비드 플랫 목사. 교인들과 함께 세상이 아니라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에 도전하는 ‘래디컬 실험’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우리가 모르는 바 아니나 애써 피해왔던 것들을 샅샅이 들춰내 조목조목 따진다. 그래서 불편하고 아프다. 스스로 “이슈를 두고 ‘선택적 불의’를 저질러 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는 반성에서 쓴다면서 얄미울 정도로 하나하나 옳은 소리를 해대니 꼼짝없이 들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빈곤, 성노예 문제처럼 크리스천의 활동이 박수를 받는 듯한 사안에는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지만, 크리스천의 입장이 비판받고 있는 동성애나 낙태 같은 이슈를 두고는 자리에 앉아 입을 다물어버린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어떤 사안에는 삶과 가족, 목회를 통해 담대하게 개입하는 반면, 또 다른 사안에는 수동적이며 비성경적인 자세로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는 깨달음’이 글을 쓰는 주요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빈곤 문제부터 제2의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낙태, 고아들의 입양, 성 착취와 성매매, 동성애와 혼전순결, 인종 차별, 타 종교와의 관계 등 현대문화 속에서 피해갈 수 없는 주제들을 하나씩 열거한다. “별개의 사회문제로 여기는 사안들이 실제로는 한결같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느냐에 대한 인식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며 문화 이슈가 아니라 복음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성경을 근거로 한, 지극히 복음주의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품위와 격조를 잃지 않는다. 동성애나 낙태 문제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룰 때에도 당사자를 정죄하고 비판하는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당사자들의 결정과 감정은 세밀히 살피되, 그 이슈에 대한 복음의 입장이 무엇인지 성경을 근거로 밝히면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문제임을 설파한다.
적당한 타협이나 양보는 찾아볼 수 없다. ‘조금만 더’를 외치는 물질주의 문화에 ‘자족’과 ‘나눔’으로 맞서라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신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일갈한다. “그리스도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실상을 보고 나면,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는 일이 내면에 담긴 신앙의 필연적인 증거일 뿐 아니라 그 믿음이 넘쳐흐르는 자연스러운 역사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균형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 또한 책의 미덕이다. 현대 결혼문화가 성경의 세계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성애자와 싱글들에 이르기까지 각자 처한 문제들을 짚어낸다.
“복음은 동성애자 여성에게 파트너와 자라는 걸 그만두라고 손짓해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성애자 남성에게 포르노그래피에 빠지지 말라고 부르는 복음이며, 싱글들에게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를 미루라고 부르는 복음이기도 하다.”
저자는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하며 한숨 돌리려는 독자들을 끝까지 몰아친다. 마지막 장에서 “편안한 삶과 십자가 가운데 무얼 선택하려는가. 현실에 안주하려는가 아니면 소명을 위해 희생하려는가. 우유부단하게 살겠는가, 한결같은 심지를 품고 살겠는가”라고 질문 던지며 결단을 촉구한다. 독자들로선 별다른 수가 없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끝까지 읽어낸 뒤 책을 펴기 전과 다르게 살아가거나, 아예 첫 장을 넘기지 않거나. 선택지는 그뿐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가난한 사람에 관심없다면 신앙에 문제 있는 것”
입력 2016-05-19 21:04 수정 2016-05-20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