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의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한 ‘물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울산은 경북 청도의 운문댐 물을 받기 위해 대구시의 눈치를 보고 있고 대구시와 구미시는 취수장 이전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민들은 매일 33만t의 마실 물 가운데 27만t을 사연댐과 대곡댐에서 충당해왔다. 하지만 2003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와 대곡천 암각화군을 보존하기 위해 두 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논의되면서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시는 부족한 6만t을 연간 34억원을 주며 낙동강 원수로 충당하고 있다.
청도 운문댐 물을 하루 6만∼7만t 끌어다 쓰면 물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만 이런 시도는 대구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대구시민들은 자신들도 맑은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며 식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울산에 물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시민의 25%가 이용 중인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보낼 경우 2020년 쯤 대구의 식수원 확보에 차질이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낙동강-금호강 합류 부근 매곡·문산 취수장을 구미공단 상류로 옮기는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취수원 이전문제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구미시가 취수 지역 상류 일대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개발권과 재산권이 제약받고 가뭄 때 수량 부족과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되기 전에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 사업’도 답보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10년간의 논쟁 끝에 2013년 카이네틱 댐를 임시로 설치한 뒤 사연댐 수위를 높여 식수전용댐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카이네틱 댐 설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사연댐 수위 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 방안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대구시 달성군 인근에 산업단지 조성과 공업지구 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낙동강 하류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는 울산은 1991년 페놀 사건 등과 같은 유독물 사고가 날 경우 식수원 확보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구시와 구미시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답답하다”며 “안정적인 원수 확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지자체 먹는물 갈등 고조… 목 타는 울산
입력 2016-05-18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