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휴전 이후 민통선 내 최초의 문화예술 전시공간

입력 2016-05-19 04:00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옛 안보전시관을 리모델링해 19일 개관하는 ‘연강 갤러리’. 사진작가 한성필이 연천의 주상절리를 찍은 대형 사진으로 외벽을 감쌌다.
18일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위치한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에 들어서자 근처 군부대에서 실시하는 사격훈련으로 ‘탕! 탕! 탕!’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긴장감이 나돌았다. 남한 최전방인 이곳은 지난해 8월 북한군의 기습 포격으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곳에 문화예술 전시공간이 들어섰다.

북한군 포격이 있었던 곳으로부터 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옛 안보전시관을 리모델링해 ‘연강 갤러리’라는 전시장을 만들었다. 연강은 임진강의 원래 이름으로 휴전 이후 민통선 내부에 문화예술 전시공간이 생기기는 처음이다. 1층은 카페와 전시장, 2층은 전체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조성한 지하의 방공호는 그대로 두었다.

첫 전시로 사진작가 한성필(사진)의 개인전이 ‘INNOCENCE’라는 타이틀로 11월 20일까지 열린다. 연천 일대의 자연을 소재로 작업한 작품 10여점을 선보인다. 용암이 분출되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 새벽안개로 자욱한 산등성이를 포착한 작품, 곳곳의 계곡과 폭포, 동식물을 촬영한 후 3D로 보여주는 입체영상작품 등이 관람객을 손짓한다.

작가는 이 전시를 위해 2년가량 연천 일대를 누비며 관찰하고 작업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들은 인공의 흔적 없이 물, 바람, 구름, 땅이 오랜 시간 만들어낸 연천의 정수를 담고 있다. 작가는 “최북단 연천이 간직한 천혜의 자연을 기록함으로써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고 군사적 이미지가 지배적인 이 지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연강 갤러리’ 외관을 주상절리를 찍은 대형사진으로 감쌌다. 이 자체가 또 하나의 설치작품이다. 그 옆에는 설치작가 조상기와 한성필 작가의 협업으로 ‘평화의 문’이 세워졌다. 680개의 작은 문을 연결해 제작된 ‘평화의 문’에는 17개국 주한 외국 대사관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동판으로 만들어 내걸었다.

오만 대사관은 “이해 공존 관용 사랑 그리고 대화를 통해 평화가 실현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캐나다는 “모든 한국인이 이 평화의 문을 지나 하나 된 미래를 함께 나아가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보냈다. 6·25전쟁 당시 1만7000명의 군인을 파견한 호주를 비롯해 에콰도르, 터키, 앙골라, 요르단 등에서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문구를 전해왔다.

‘연강 갤러리’는 19일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을 갖는다. ‘평화의 문’은 개관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된다. 이 갤러리는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군사지역에 평화를 기원하는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천군 측은 앞으로 갤러리와 연계한 생태·문화 투어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천=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