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외국인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조사가 본격화된다. 옥시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을 했던 서울대 조모(57·구속) 교수가 실험 전 자문료를 받는 계약을 맺고 ‘짬짜미 실험’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8일 “옥시 재무담당 이사 울리히 호스터바흐씨를 19일 소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옥시 전·현직 외국인 임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적의 존 리(48) 현 구글코리아 대표도 우선 소환 대상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존 리 대표는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검찰은 이날 존 리 대표를 출국정지하고, 소환을 통보했다. 이르면 주말쯤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5월부터 2년간 경영을 책임진 인도 출신 거라브 제인(47) 전 대표도 소환 대상이다. 이외에도 옥시에서 법무, 재무 등을 담당한 외국인들이 검찰 소환 대상이다. 그러나 검찰 소환 대상 외국인 중 일부는 영국 호주 등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환에 불응할 경우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조 교수가 자문계약을 맺고 12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조 교수는 실험을 진행하기 전인 2011년 10월 거라브 제인 전 대표 명의의 자문계약서를 전달받았다. 옥시는 이 계약서에서 ‘자사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고, 피해자들의 폐질환은 다른 원인임을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옥시가 조 교수에게 3개월간 매월 4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수는 18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합당한지 다시 심리해 달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하기 전에 국내 전문가의 위험성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 연구소 선임연구원이던 최모(45·구속)씨는 2000년 중반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이용한 가습기 살균제 출시를 앞두고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가습기 메이트)를 개발한 노모(55)씨와 만났다. 노씨는 이때 “반드시 자체 흡입독성 시험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씨는 노씨와의 면담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당시 연구소장 김모(55·구속)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흡입독성 시험은 생략된 채 2000년 10월 PHMG가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됐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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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외국인 임원도 본격 수사
입력 2016-05-18 18:38 수정 2016-05-18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