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쏟아낸 “자기 정치” “배신” 같은 말들은 지난해 6월 유승민 의원을 겨냥했던 것이다. 여권에서는 ‘5·17 친박 보이콧’ 사태가 제2의 ‘유승민 거취’ 정국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친박계가 비박(비박근혜) 진영과의 전면전까지 불사하며 당 주도권 싸움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두 사안은 비슷하다. 하지만 노골적인 ‘정진석 끌어내기’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에게 당직 사퇴를 의미하는 레드카드가 아니라 경고성 옐로카드까지만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유승민 거취 정국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5일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받아들인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말한 뒤 유 의원 거취를 놓고 양 계파가 물러서지 않는 공방을 이어갔다. 당시는 친박계가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마이웨이’를 한다고 본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제동을 건 측면이 강했다.
이번에는 차기 당 주도권을 둘러싼 친박의 선제공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박 중심의 비대위·혁신위 체제가 총선 참패에 대한 친박 책임론을 부각시켜 ‘2선 후퇴론’을 제기하는 상황을 미리 막겠다는 포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친박계에선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한 누구의 결재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당 중진의원 등과 충분히 상의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거취 정국은 13일간 이어진 공방 끝에 유 의원 사퇴 권고안이 의원총회에서 표결 없이 추인되면서 일단락됐다. 이번에는 정 원내대표가 어떤 수습책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현재로선 공식적으로 당을 이끌 사람이 정 원내대표 한 사람뿐”이라며 “친박이나 정 원내대표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파국으로까지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이 10년 전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계파 간 책임공방을 벌이다 분당 사태를 겪었던 열린우리당의 길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성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유승민 원내대표 같은 경우도 결국은 새누리당의 정당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가슴 아프게 여겨졌느냐”고 했다. 또 “새로운 각오를 다져도 부족할 판인데 또 그 전철을 밟겠다는 인식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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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보이콧 ‘제2의 유승민 사태’로 이어지나
입력 2016-05-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