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에 열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재해사망 특약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도 생보사들이 다시 소멸시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구분하려 하기 때문이다.
18일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소멸시효가 지난 이들에게 지급을 미루겠다고 얘기하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당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주체인 생보사가 소멸시효를 거론하는 것은 고객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전날 생보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달 말까지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고 매달 이행 상황을 제출하라는 강도 높은 처방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이행 상황이 지지부진할 경우 하반기에 현장 점검을 나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생보사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대법원 판결문이 공개되면 이를 바탕으로 법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지나도록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소멸시효 문제까지 판결한 것은 아니고, 관련 소송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며 “이들에게도 보험금을 다 지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재해사망 특약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액은 20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소멸시효인 2년(당시)이 지났다. 통상 보험금 지급을 소멸시효까지 요청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들의 지급 의무가 없어진다. 이번 경우에도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 지연된 보험금에는 약관대출 이자에 준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오히려 경영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생보사는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며 “금융 당국의 지시를 거부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부분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건은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이전 판매한 재해사망특약 상품 약관에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가 뒤늦게 “약관 작성에 실수가 있었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며 특약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안이다. 지난 13일 대법원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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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이번엔 소멸시효 논란
입력 2016-05-18 18:26 수정 2016-05-18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