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새 판 짜는 데 앞장”… 정계 복귀·대선 출마?

입력 2016-05-18 18:13 수정 2016-05-18 18:41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왼쪽)이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광주=윤성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8일 광주에서 “총선 결과를 깊이 새겨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서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칩거했던 손 전 고문이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새 판 짜기’를 언급한 것이다. 정계 복귀 선언은 물론이고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손 전 고문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뒤 지지자들과의 오찬에서 “5·18은 항상 시작이다. 각성의 시작이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고 화해와 용서의 시작”이라며 “이제 모든 것을 녹여낸 새 판을 시작하라, 광주의 5월 이제 그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작의 정신을 갖고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서 있다”며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이분들이 모두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새 판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를 함께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특히 “우리가 국내 경제가 어렵고 청년실업이 말도 못하게 늘어나고 있고 국민과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좌절에 빠져 있다”며 “그 분노와 좌절의 표시가 이번 4·13총선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은 다짐한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회동에서 “손학규 대통령”을 연호하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회동이 끝난 뒤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찬에는 더민주 이찬열 이개호 의원과 김병욱 당선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 등 손학규계 인사들을 포함해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개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전 고문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원이고 그런 분이 경쟁해서 (대선) 구도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대선 주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호 이사장도 “손 전 고문이 올해 초부터 ‘우리 정치가 국민 눈높이를 못 따라가고 우물 안 개구리이기 때문에 새 판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며 “본인의 대선 출마 시사로까지는 보기 어렵지만 정치적인 의지를 피력한 것은 맞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손 전 고문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야당에서 손학규계로 불리는 인사 10여명이 당선된 데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공개적으로 합류를 요청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손학규 영입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요청을 받았을 당시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면 자연스럽게 정계 복귀를 하고, 수도권 승리에 공을 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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