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18일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을 새로 하라는 친박(친박근혜) 측 주장을 일축했다. 전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직후 당선인 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맞불을 놨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세(勢) 싸움에서 밀리는 데다 누구 하나 총대 메고 나서는 사람도 없어서다. 탈당 가능성을 내비치고는 있는데, ‘나갈 테면 나가라’는 친박 앞에서 막상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성태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아무런 원칙 없이 비대위원 인선을 번복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혁신위원장도 당선인총회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면 (사퇴를) 반려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김용태 의원에게 다시 혁신위원장을 맡기고 비대위도 원안대로 밀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장까지 쫓아가 혁신위원장 사퇴를 만류했었다. 그는 특히 청와대와의 갈등 끝에 사퇴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혁신위 구성안을 ‘그분’들의 재가를 받지 않고 결정한 것이 하차 사유가 된다면 원내 지도체제는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던 김영우 김세연 홍일표 의원 등도 따로 모임을 갖고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영우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힘을 실어줘야 된다”고 했다. 비대위원 교체 주장에 대해선 “그 문제는 어차피 정 원내대표가 키를 쥐고 있다”며 “혁신위 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혁신 비대위라도 제대로 꾸려야 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의 거취와 비대위 구성 등 모든 사안에서 친박과 교집합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입장을 관철시킬 만한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20대 총선 새누리당 당선인 122명 가운데 주류는 여전히 70∼80명에 달하는 친박이다. 최경환 서청원 의원 등 확실한 구심점이 있고 김태흠 이장우 의원처럼 저돌적인 공격수도 포진해 있다. 수적 열세이면서 단합도 잘 안 되는 비박과는 대조적이다.
혁신위원장직을 던진 김용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한다”는 성경 시편 말씀을 올리고 정치적 피정(避靜)에 들어갔다. 당내 갈등 상황을 암시하듯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라고도 썼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
☞
☞
☞
☞
머릿수 적고 구심점 없고… 속만 끓는 비박
입력 2016-05-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