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 전까지 떵떵거리며 살았지만 지금은 철창 뒤에서 참회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일 죽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중국 상하이 금융그룹 ‘중진(中晋)’의 소유주 쉬친(35)은 지난달 4일 체포된 뒤 임원 34명과 함께 지난 13일 기소됐습니다. 그리고 17일 관영 CCTV에 나와 혐의를 인정합니다. 피해자만 2만5000명입니다. 다단계 금융사기로 399억 위안(약 7조1800억원)을 모아 흥청거렸던 사기범의 호화생활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쉬친이 최근 5년 개인적으로 쓴 회삿돈은 5억 위안(약 900억원)입니다. 1200㎡짜리 호화주택 한 달 임대료만 20만 위안(약 3600만원)입니다. 월 생활비로 50만 위안(약 9000만원)을 썼습니다. 거실만 300㎡인데 공작까지 키웠습니다. 압수수색을 한 공안은 “거실 창가에 유로와 달러 지폐꾸러미가 널려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 미국은 물론 가까운 홍콩에도 전용기를 타고 갔습니다. 해외에서 와이너리를 둘러보다 1000만 위안(약 18억원)에 구매했는데 이유를 묻자 “싸니까”라고 답했답니다. 슈퍼카를 모으는 취미도 있어 4700만 위안(약 84억원)짜리 부가티 베이런을 비롯해 자동차에만 1억4800만 위안(약 267억원)을 썼습니다.
쉬친의 수법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와 배당금을 주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입니다. 고졸이 학력의 전부인 쉬친은 군 복무를 마치고 상하이로 돌아와 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이때 혼자서 금융을 파고들었죠. 2011년 처가와 친구에게 500만 위안(약 9억원)을 빌려 투자회사를 차린 뒤 월 2%의 수익률을 내세워 2개월도 안 돼 40여명으로부터 5000만 위안을 모으며 승승장구합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중진1824’라는 상표를 등록합니다. 1824는 산시성 진상(晋商)의 중국 최초 현대적 금융기관 일승창(日升昌)이 만들어진 해입니다. 제2의 진상을 꿈꾸던 쉬친의 신선놀음이 철창으로 마감되는 데 5년도 안 걸렸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월세 3600만원·생활비 9000만원… 5년간 회삿돈 900억 ‘펑펑’
입력 2016-05-18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