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삼풍백화점 붕괴 그날… 당사자 100여명의 목소리

입력 2016-05-19 17:51

세월호 참사의 기억은 앞으로도 한동안 한국인들의 4월을 지배할 것 같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아직도 5월의 주제가 되는 것처럼. 21년 전 6월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다. 그렇지만 오는 6월에 삼풍 사고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무엇이 기억되고 무엇이 잊혀지는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55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 건물 중 매장들이 밀집한 A동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 한국전쟁 이후 단일 사고로는 최대 인명 피해를 기록한 대형 참사였다.

그러나 삼풍 사고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지금껏 기록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삼풍 사고에 대한 우리의 기억에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1995년 서울, 삼풍’을 통해 21년 만에 처음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이 책을 쓴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한 구술·기록 프로젝트다. 5명의 기록자가 약 10개월에 걸쳐 삼풍 사고 관련 유가족, 생존자, 봉사자, 구조대 등 100여명을 직접 만나 얘기를 끄집어냈다.

책에는 59명의 구술이 수록됐다.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지난 세월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증언한다. 수록된 30여장의 당시 현장 사진들과 함께 이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우리 사회가 삼풍 사고로부터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지금도 삼풍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참사의 상흔이란 게 시간이 흐른다고 묽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책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삼풍 사고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또 재난과 죽음이 일상적으로 일어나지만 그 불행들을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 ‘망각에 맞서 기억하기’가 무력감을 이기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제 와서 그때 이야기를 꺼내 뭐하려고 합니까?” 구술자들이 자신을 찾아온 기록자들에게 자주 던졌던 질문이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한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