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만 배불리는 실손보험 제대로 수술해야

입력 2016-05-18 18:04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체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32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한 이 상품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만큼 비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8일 관계부처 정책협의회를 시작으로 7월까지 추진 과제를 선정한 다음 올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실손보험은 공적 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을 보완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나친 보장성을 담은 초기의 상품 설계 잘못과 병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겹쳐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의료쇼핑과 과잉진료로 손해율(회사가 거둔 보험료 중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비율)이 높아졌고 보험사는 이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상반기 현재 손해율은 124.2%로 지난 1월 보험료가 20% 올랐지만 보험사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수년 내 보험료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전체 보험 가입자의 80% 정도인 2500만명은 1년에 한 차례도 혜택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보험료 인상 폭탄을 맞는 셈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실손보험을 개혁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진료비 코드 표준화와 실손보험 통계 시스템 구축이다. 이 같은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으니 관리 및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행위를 전적으로 환자와 의료기관이 결정하고 보험사는 이에 따른 의료비를 지불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과잉진료가 끊이지 않는 것도 시장의 규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시스템을 갖춰 과잉진료를 일삼는 문제병원을 가려내야겠다. 가입자들의 의료쇼핑도 자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보험료 및 자기부담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국은 현재 20%인 비급여 부분의 자기부담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선량한 다수 가입자들의 피해를 막는데 대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또 이번 개선안이 향후 건강보험제도 개편과도 결코 무관치 않다는 점을 명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