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미션스쿨인 학교법인 세광학원(이사장 이창호)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 학교를 설립하고 지원해온 교단 노회와 교회의 파송 이사를 대폭 축소했다. 정관 개정을 통해 교단 파송 이사를 축소했던 연세대와 같은 사례여서 미션스쿨 사유화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18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충북노회에 따르면 세광학원 이사회는 지난 4월 제200회 이사회에서 ‘충북노회와 청주제일교회는 각각 2명의 임원을 추천한다’는 정관을 ‘이사 중 1명은 학원 설립자의 복수 추천자 중에서 선임한다’로 수정·의결했다. 또 세광학원 출신 동문 1명을 이사로 선임하고 이사의 자격을 ‘기장 소속 교인’에서 ‘기독교인’으로 확대했다.
충북노회와 청주제일교회는 그동안 각각 2명씩 4명의 이사를 추천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합쳐서 1명으로 줄었다. 학원의 설립 목적이나 정체성을 대변할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배제된 것이다.
충북노회는 다음 달 9일 청주제일교회에서 임시노회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사회는 현재 노회 추천 2명, 교회 추천 2명, 개방형 3명, 이사회 추천 3명, 당연직 1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회와 교회가 추천한 이사 4명 중 2명은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며, 나머지 2명은 임기가 2018년까지다.
노회 관계자는 “이사회가 노회와 교회에서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학원 사유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설립이념에 따라 바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제일교회 관계자도 “교회를 무시·능멸하고 세광학원의 공공성을 해치는 결정”이라며 “설립자의 위상과 권한을 회복하고 이사회는 회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광학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설립자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설립자의 몫이 줄어도 건학이념을 계승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광학원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49년 2월 청주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에 있는 청주제일교회 망선루에서 충북노회 유지재단의 인가를 받아 출발했다. 같은 해 9월 세광중학교, 1953년 4월 세광고등학교를 개교했다. 세광학원은 매주 수요예배를 드리는 등 신앙교육을 하고 있다. 1904년 설립된 청주제일교회는 98년 3억8000만원을 들여 세광학원에 한빛학사(기숙사)를 기증하는 등 현재까지 6억6645만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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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