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입학하는 유지인양, 첼로 빌려 연습해 합격…“하나님 위대하심 전할 것”

입력 2016-05-18 21:15
최근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합격한 개척교회 목회자의 자녀 유지인양은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을 드러내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주님의교회 제공

소녀는 첼로를 빌려 연습해야 했다. 겨우 익숙해진 악기를 돌려주고 제대로 된 악기를 다시 빌리지 못하면 속상해 발을 동동 구르곤 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해 꿈에 그리던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합격했다. 1795년에 설립된 이곳은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입학을 꿈꾸는 곳이다. 프랑스에서도 최고의 음악학교로 꼽힌다.

강원도 원주 주님의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유상현 목사의 딸 지인(14·사진)양 이야기다. 지인양은 오는 9월 입학해 3년 동안 학사과정을 밟는다.

지인양의 어머니 배정혜 사모는 “개척교회 목회자의 적은 사례비로 음악을 공부시킨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면서 “지인이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들어간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이는 오로지 하나님 한분만 의지하며 기도하고 연습을 했다”며 “합격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밝혔다.

2007년 5세 때 첼로를 시작한 지인양은 6개월 만에 첼로교본 12권을 마스터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첼로를 배운지 1년이 채 안됐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2년 후 정명화 첼리스트가 지인양의 재능을 알아보고 신입생으로 선발했다. 이후 6년 동안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그의 사사를 받았다.

레슨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학교로 오가는 과정이 지인양에겐 제일 힘든 부분이었다. 매번 첼로를 빌려 쓰는 것도 번거로웠다. 지인양이 성장하면서 악기의 사이즈도 계속 커져야 했기에 악기를 바꿀 때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배 사모는 “첼로를 취미로 하는 것도 아니고 국제무대나 큰 연주도 많은 편인데 본인 소유의 악기를 사줄 수 없는 형편이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지인양은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3∼4시간씩 땀을 흠뻑 쏟아낼 정도로 몰입해 연습하고 중요한 대회 등을 앞두었을 땐 식사·취침 시간을 제외하곤 오직 연습만 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콩쿠르, 일본 오사카국제음악콩쿠르, 체코 헤렌청소년첼로국제콩쿠르, 에스토니아 탈린청소년국제음악콩쿠르 등 굵직한 무대에서 1위를 했다. 유 목사가 3년 전 개척해 시무하고 있는 교회 성도들도 지인양의 합격 소식을 가족 일처럼 기뻐했다.

지인양은 “입학하면 음악과 언어를 열심히 배우며 내실을 다져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신실하심을 선포하는 음악인이 되는 게 저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